이번에 공개된 벽화는 1960년대 중반부터 70년대 중반까지 10여년간 안동교구를 중심으로 전국 성당이나 공소(公所)에 성화를 그리며 선교활동을 펼쳐 온 프랑스 베네딕도회 앙드레 부통 신부의 작품이다.
미술로 복음 전했던 부통 신부
정수경 인천가톨릭대 교수에 따르면 부통 신부가 국내에 머물며 그린 벽화의 수는 정확하지 않다. 하지만 현재 지방 공소를 중심으로 20여 점의 벽화가 남아 있다. 부통 신부는 미술 전공자는 아니지만 그림에 소질이 있어 자신의 재능을 봉사하는 데 쓰겠다는 소명으로 여러 교회에 작품을 남겼다고 한다. 그가 한국에 남긴 대표적 벽화 작품으로는 대전 대흥동 주교좌성당 벽화(10점 중 2점만 남고 나머지 소실), 서울 프란치스코회 경당 벽화(소실), 부산 초장 성당(소실) 등이 있다.
정 교수는 “10여년의 한국 체류 기간에 보여준 부통 신부의 벽화 작업을 통한 예술 선교는 한국 가톨릭 미술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며 “프랑스의 야수주의 화풍을 과감히 수용했다는 점에서 교회의 현대 미술 도입 가능성을 제시했고, 한국적 요소와 융합된 성화를 교회에 계승·발전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특히 부통 신부는 주로 성화 위주로 벽화를 그렸지만, 옛 안동예식장에 그린 벽화는 한국의 전통혼례 모습을 담아 민속화의 성격이 강하다. 1973년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벽화는 안동시 도시재생지원센터 리모델링 공사로 영원히 묻힐 뻔했지만, 공사 직전 발굴됐다.
예식장 벽 속에 보물이 있다는 이야기를 주변으로부터 전해 들은 도시재생지원센터 측이 2023년 11월 벽에 작은 구멍을 내고 내시경으로 벽화의 존재를 확인했다. 대략 너비 3.65m, 높이 2.75m 크기의 벽화였다. 이후 안동시는 벽화 발굴·보존 작업에 착수했다.
성화 아닌 민속화…희소성 높아
안동시와 시 도시재생지원센터는 벽화 개방과 보존, 활용을 위해 미술계·종교계·문화계 등 전문가로 구성된 추진위원회를 구성·운영하고 있다. 향후 벽화를 활용한 다양한 문화콘텐트 개발을 추진할 예정이다.
그에 더해 부통 신부의 안동에서의 행적 등을 연구해 보존과 활용 등에 대한 후속 조치도 할 계획이다. 벽화를 경북도 등록문화유산에 지정하는 일도 병행해 벽화 보존의 당위성과 가치를 홍보할 계획이다.
안동시 도시재생지원센터 관계자는 “부통 신부의 벽화는 희소성과 예술성을 겸비한 작품”이라며 “벽화를 활용해 양질의 콘텐트를 개발한다면 구도심 재생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