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취임 앞두고…美 대형은행 6곳, 기후변화 대응 은행연합서 모두 탈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즉시 기후변화 협약에서 다시 탈퇴하겠다고 선언한 가운데, JP모건 등 미국 주요 은행 6곳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제은행 연합체에서 모두 탈퇴해 주목된다.  

8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자산 기준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은 7일 e메일을 통해 ‘넷제로(탄소중립) 은행연합(NZBA)’에서 탈퇴한다고 밝혔다.  

JP모건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글로벌 그룹에서 탈퇴를 선언했다. AP=연합뉴스

JP모건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글로벌 그룹에서 탈퇴를 선언했다. AP=연합뉴스

 
이로써 미 주요 대형은행 6곳이 모두 NZBA에서 탈퇴하게 됐다. 앞서 웰스파고·골드만삭스·모건스탠리·씨티그룹·뱅크오브아메리카 등 대형은행 5곳이 NZBA에서 먼저 탈퇴했다. NZBA는 지난 2021년 유엔 주도로 출범했다.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넷 제로(탄소중립)를 목표로 하는 글로벌 은행 연합체다. 현재 전 세계 140여개 은행이 참여 중이다. 홈페이지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 KB·신한 등 시중은행 7곳이 참여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이번 탈퇴가 트럼프 2기 출범을 앞두고 고조되는 정치적 압력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미국 기업들은 트럼프 2기 출범 직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프로그램 등에서 대거 빠져나가고 있다. '기후변화는 사기'라고 주장하는 트럼프의 눈치를 보는 것이다.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트럼프는 기후변화 문제를 경시하고 화석연료 채굴 확대 등을 목표로 한다"면서 "기업들은 사업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 NZBA를 탈퇴한 걸로 보인다"고 전했다.  

앞서 트럼프는 집권 1기(2017~2021) 때도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해 탄소 배출량을 줄이자는 파리기후협정이 "미국 경제를 해친다"면서 대통령 직권으로 협정을 탈퇴했다. 그 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첫날인 2021년 1월 20일 파리기후협정에 재가입한다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정확히 4년 후 재취임하는 트럼프가 취임 첫날 기후협정에서 재탈퇴할 가능성이 크다. 


도널드 트럼프가 2024년 10월 25일 미시간주 트래버스시티에서 열린 유세 집회에 도착한 모습,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가 2024년 10월 25일 미시간주 트래버스시티에서 열린 유세 집회에 도착한 모습, AFP=연합뉴스

 
일본의 경우 미쓰비시 UFJ, 노무라홀딩스 등이 NZBA에 가입돼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일본 은행 중에서 현재 구체적으로 탈퇴를 검토하는 움직임은 없다"면서도 '미국이 빠진 네트워크에 가입해 있는게 의미가 있냐'는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온다고 전했다. 한 일본 금융업체 임원은 닛케이에 "연초부터 이 문제에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한편 매사추세츠공대(MIT) 슬론 경영대학원의 존 D. 스테어먼 교수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주요 은행들의 NZBA 탈퇴는 미국의 정치적 변화에 대한 단기적이고 근시안적인 대응"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