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배구 정관장 아포짓 스파이커 메가. 사진 한국배구연맹
'항상 단결하세요. 응원합니다.'
'JKJ(정관장) 레드스파크스 화이팅.'
여자배구 정관장 유튜브에는 인도네시아 팬들의 댓글이 가득하다. 메가왓티 퍼티위(26·등록명 메가)와 정관장을 응원하는 내용이다. 2023~24시즌 한국 V리그에 온 메가는 말 그대로 '열풍'을 일으켰다. 인도네시아 팬들이 경기장을 찾았고, 구단 유튜브 구독자 수는 10배(3만명→30만명)로 늘었다. 프로야구 구단들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 숫자다. 성적도 좋았다. 지난 시즌 메가가 합류한 정관장은 정규시즌 3위로 7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2023년 7월 처음 만난 메가는 "(최근 물러난)신태용 축구 대표팀 감독님처럼 나도 인도네시아를 한국에서 알리고 싶다"고 했다. 1년 6개월 만에 다시 만난 메가는 "한국에 오기 전에도 알아보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이제는 내가 사는 지역이 아닌 곳에 가도 '메가 아니냐'고 알아보신다"고 미소지었다. 그는 "이렇게 (인도네시아에서) 유명해질 것이라 생각 못 했다. 배구에만 몰두했는데 이렇게 됐다. 행복하다"고 했다.
동남아시아 선수로 '코리안 드림'을 이룬 최초의 선수는 프로축구 초기 럭키금성(현 FC서울)에서 활약한 피아퐁 피우온(66·태국)이다. 피아퐁은 1984년 득점왕과 도움왕을 싹쓸이해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피아퐁 덕분에 태국 백화점에서 금성사 제품이 판매되기도 했다.
여자배구 정관장 아포짓 스파이커 메가. 대전=김효경 기자
'메가 효과'도 대단하다. 정관장은 2022년 인도네시아에 매장을 오픈하고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공교롭게도 메가가 2023년부터 한국에서 활약해 모기업 이미지도 좋아졌다. 지난해 4월엔 정관장이 인도네시아 청소년체육부의 초청을 받아 친선 경기를 하기도 했다. 메가는 "인도네시아에서 외부 팀을 부른 건 처음이었다. 인도네시아를 한국에 알려줄 수 있어서 신났던 거 같다"고 했다.
올 시즌도 메가는 뛰어난 기량을 뽐내고 있다. 9일 현재 김연경(흥국생명·46.3%)을 제치고 여자부 공격성공률 1위(46.7%)를 달리고 있다. 오픈 공격(41.0%), 백어택 성공률(49.7%)도 1위다. 총 득점도 4위(404점)에 랭크됐다.
정관장은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지난 시즌 도로공사에서 뛴 반야 부키리치를 뽑았다. 부키리치는 메가와 같은 포지션인 아포짓 스파이커라 공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부키리치가 서브 리시브를 하는 아웃사이드 히터로 변신하면서 V리그 최강의 '쌍포'가 만들어졌다.
여자배구 정관장 메가(왼쪽)와 부키리치. 사진 한국배구연맹
2년차가 되면서 한국 적응도 완전히 끝났다. 올스타 휴식기엔 한국에서 사귄 인도네시아 친구들과 부산 여행을 다녀왔다. 한국어도 능숙해져 어지간한 내용은 알아듣는다. 메가는 "짧은 단어로 소통이 가능하다. 이를 테면 '어제 뭐했니, 나는 부산', '소고기 먹어' 이렇게 대화를 한다. '좋아', '아이고'란 말도 많이 쓴다"고 했다.
메가가 바라는 건 자신을 통해서 인도네시아와 한국이 좀 더 가까워지고, 인도네시아 선수들이 더 큰 꿈을 갖는 거다. 그는 "고희진 감독님이 나를 뽑아줘서 정말 고마웠다. 내가 좋은 연결고리를 만들고, 본보기를 만들 수 있어 감사하다. 앞으로 더 많은 선수가 아시아쿼터로 한국 무대에 도전해서 나와 같은 경험을 하길 바란다"고 했다.
여자배구 정관장 아포짓 스파이커 메가. 사진 한국배구연맹
정관장은 올 시즌 초반 4연패를 당하는 등 주춤했지만 전반기를 8연승으로 마감했다. 현재 순위는 3위(12승 6패·승점 34). 하지만 1위 흥국생명(15승 4패·승점 44), 2위 현대건설(14승 5패·승점 43)과 격차가 크지 않아 선두권을 위협하고 있다.
메가는 "우승 후보란 평가를 들으면 너무 기분 좋고, 감사하다"며 "처음 왔을 때 목표가 '별을 다는 것(우승)'이었다. 내가 잘 해내면 다른 (아시아쿼터)선수가 왔을 때도 좋은 길이 생길 거라고 생각한다. 지금처럼 최선을 다하면 한 단계, 한 단계 더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