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AP통신과 CNN 등 보도에 따르면, 전날 오전 LA 서부 해안가 부촌인 퍼시픽 팰리세이즈 지역에서 산불이 발생한 데 이어 이튼, 허스트, 우들리에서 산불이 났다. 여기에 올리바스, 리디아, 할리우드힐스 등에서 추가 산불이 보고되면서 7건의 대형 산불이 동시다발적으로 LA와 주변 일대를 잿더미로 만들었다. 9일 새벽 1시 기준 리디아 산불의 화재진압률은 40%다. 우들리는 완전 진압됐다.
산불은 강풍을 타고 걷잡을 수 없이 번지면서 통제 불능 수준이 됐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날 오후 기준 여의도 면적(2.9㎢)의 약 70배인 202㎢를 집어삼켜 최소 1000여 동의 건물이 불에 탔고 15만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또 약 150만 가구에 정전이 발생해 지역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LA 카운티의 로버트 루나 보안관은 “이번 산불로 최소 5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다수의 부상자가 나왔다”고 말했다. 재산 피해 규모는 520억 달러(약 75조9000억 원)에서 570억 달러(약 83조2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블룸버그는 추산했다.
배우 마크 해밀 “말리부서 급히 대피”
LA 산불로 할리우드 시상식과 영화 시사회 등 각종 행사가 연기되거나 취소되기도 했다. 오는 17일로 예정됐던 제97회 아카데미상 후보 발표는 이틀 뒤인 19일로 연기됐다.
돌풍에 물 부족…사실상 통제 불능
산불 확산의 주원인으로 지목되는 샌타 애나 돌풍은 건조한 가을철 이 지역에 대형 산불을 퍼뜨리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다만 1월은 건기가 아니어서 화재 발생 비율이 낮았는데 올해는 캘리포니아 남부 일대에 그간 비가 내리지 않아 극도로 건조한 상태였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마침 LA를 방문 중이던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LA 산타모니카 소방서를 방문해 산불 현황을 보고받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캘리포니아를 중대 재난 지역으로 선포하고 국방부에 추가 소방 인력과 자원을 신속히 지원하라고 하는 등 연방 차원의 복구 지원을 지시했다. 백악관은 성명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은 피해 지역 전역에서 생명을 구하기 위한 자원을 동원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9일부터 이탈리아를 방문해 프란체스코 교황과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등을 만날 예정이었지만 이를 취소했다. 재임 중 마지막이 될 외국 방문 일정이었는데 산불 여파로 없던 일이 됐다.
트럼프 “모든 게 뉴섬 주지사 탓”
트럼프는 또 “뉴섬은 캘리포니아 여러 지역에 매일 물을 흘려보내는 ‘물 복원 선언’에 서명하기를 거부했다”며 “지금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 있다. 모든 것은 뉴섬 책임”이라고 공격했다. 또 “미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지역 중 하나가 잿더미가 됐다. 개빈 뉴섬은 물러나야 한다”고 했다.
뉴섬 주지사가 ‘스멜트(smelt)’라 불리는 어종 보호를 이유로 물 공급량을 제한하면서 산불 진화에 필요한 소방용수 확보에 실패했다는 주장이다. 이날 오후 4년 만에 미 의사당을 방문한 트럼프는 이 자리에서도 “LA에서는 소화전에 물이 없다”며 “진짜 비극이다. 주지사와 행정부의 잘못”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뉴섬 주지사실은 SNS를 통해 “물 복원 선언과 같은 문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순전한 허구”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