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한국은행 국제수지(잠정)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경상수지는 93억 달러(약 13조5300억원) 흑자로 집계됐다. 흑자액은 전달(97억8000만 달러)보다 소폭 줄었지만, 전년 11월(38억9000만 달러)에 비해선 크게 늘었다. 1∼11월 누적 경상수지는 835억4000만 달러로, 2023년 같은 기간(280억7000만 달러)보다 554억7000만 달러나 많다. 1~11월 누적 기준으로 2015년, 2016년에 이어 역대 세 번째 규모다. 한은은 연간 전망치인 900억 달러를 무난히 상회할 것으로 예상했다.
경상수지 흑자를 견인한 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품수지다. 상품수지(97억5000만 달러)는 2023년 4월 이후 20개월 연속 흑자다. 수출(571억 달러)은 반도체(29.8%)ㆍ정보통신기기(8.5%)를 중심으로 1년 전보다 1.2% 늘었다. 다만 석유제품(-18.6%)과 승용차(-14.1%), 기계류 및 정밀기기(-12.5%) 등의 수출은 뒷걸음쳤다. 증가율로 보면 2023년 10월 증가 전환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수입(473억5000만 달러)은 석유제품(-19.4%)ㆍ원유(-16.8%) 등 중심으로 4.4% 감소했다. 원유 등 원자재 수입이 10.2% 줄어든 것이 가장 크게 영향을 미쳤다. 소비재 수입도 승용차(-30.9%) 등을 중심으로 6.3% 감소했다. 송재창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12월에도 상품수지를 중심으로 상당 폭의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다만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크게 줄어 나타나는 ‘불황형 흑자’ 기조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비스수지는 20억9000만 달러 적자로 집계됐다. 특히 중국인 관광객이 줄면서 만년 적자인 여행수지(-7억6000만 달러) 적자 폭이 전월(-4억8000만 달러) 보다 커졌다. 연말ㆍ겨울방학 효과로 국내 출국자가 늘면서 12월 여행수지 적자 폭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본원소득수지는 분기배당 지급 등의 영향으로 흑자 폭이 줄었지만 19억4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문제는 올해 글로벌 저성장 기조, 트럼프 고관세 정책 등으로 수출 증가세가 더뎌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다만 송 부장은 반도체 수출에 대해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는 여전히 수요가 견조한 상황"이라며 "통상환경의 불확실성과 중국과의 경쟁, 그간 수출이 좋았던 기저효과 등으로 인해 증가세가 둔화할 수는 있지만 증가세 자체는 올해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미국이 중국에 고관세를 부과할 경우 한국의 대중 수출이 감소할지, 오히려 경쟁 관계이던 한국 반도체 수출이 더 늘어나는 ‘반사효과’를 볼 수 있을지 등 영향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