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ㆍ탄핵 혼란 속 여야, 유리한 해외 스피커 활용에 급급…외치마저 정쟁에 흔들리나

12·3 계엄사태와 탄핵 속 극한 대립으로 치닫는 여야가 외신마저 ‘스피커’로 활용하며 정쟁을 거듭하고 있다.  

여야는 미국 공화당 소속으로 한국계인 영 김 하원의원이 6일(현지시간) 미국 정치매체 ‘더힐’에 쓴 기고문을 두고 연일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김 의원이 “한국에서 대통령 탄핵을 주도한 이들을 포함한 정파들이 한미동맹과 한미일 3자 협력을 약화하려고 해왔다”는 발언을 활용하거나 반박하면서다.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보좌관과 자료를 살피고 있다. 뉴스1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보좌관과 자료를 살피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에서는 신동욱 수석대변인이 7일 “한국 정치권은 물론 국민이 귀담아들어야 할 매우 의미 있는 지적”이라며 당 공식 논평으로 김 의원 기고문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주도하는 광란의 내란선동에 대한 미 조야의 우려가 매우 깊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이상휘 의원도 이날 “미국 정부의 미국의소리(VOA)가 김 의원 발언을 대서특필했다”고 거들었다.  

그러자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은 8일 기자회견을 열어 “내란수괴 윤석열과 동조 세력의 스피커를 자처했다”며 “민주적 절차를 왜곡한 김 의원 발언을 규탄한다”고 반박했다. 이어 “국민의힘의 기고문 악용은 국민 기만”이라며 “한국의 외교를 망치고 동맹을 훼손한 자는 윤석열과 하수인”이라고 맹비난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영 김 의원 기고문에 대해선 공개적인 발언을 삼갔다. 대신 “탄핵 찬성 집회에 중국인이 대거 참석하고 있다”고 주장한 유상범·김민전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포문을 열었다. 유 의원은 5일 SNS에 탄핵 집회에서 중국인을 목격했다는 네티즌의 글을 공유하며 중국인의 집회 참여 의혹을 제기했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7일 오전 원내대책회의서 “국민의힘은 ‘집회에 중국인이 대거 참여한다’는 유언비어를 확산시키면서 국민을 모독하고 거짓 선동을 일삼는다”고 반박했다. 중국 관영 매체인 환구시보의 영문판인 글로벌타임스도 이날 “일부 한국 보수 여당 정치인들이 중국인의 정치활동 개입을 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한 분석가는 중국을 (여당이) 국내 전투로 끌어들이는 것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에 관한 관심을 돌리려는 조치라고 지적했다”고 설명했다.  

필립 골드버그 전 주한 미국 대사와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사이에 오간 대화를 두고선 대통령실과 야당 사이에서 진실 공방이 벌어졌다. 정동영 민주당 의원이 7일 “우원식 국회의장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면담에서 들었다”며 “김 1차장이 계엄 해제 이후인데도 골드버그 대사에게 ‘(야당의) 입법 독재로 한국의 사법행정 시스템이 망가져, 반국가세력을 척결하기 위해 계엄 선포가 불가피했다’는 강변을 거듭했고 골드버그 대사는 그 이야기를 듣고 경악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김 차장은 이에 “날조된 주장”이라며 “가짜뉴스는 한미 동맹을 이간질하는 행태로 즉각 중단해야 하며, 강력히 유감을 표한다”고 반박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직 외교관은 “외교 사절과 나눈 대화를 노출하는 것은 정부에 대한 신뢰를 깎아 먹는 행위”라며 “정쟁 때문에 외치(外治)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 우방국이 한국의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심각성을 인지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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