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측정 연 평균 기온이 14.5도를 기록하면서 113년 관측 사상 가장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에 이어 2년 연속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올해는 라니냐(동태평양 해수온도가 5개월 동안 0.5도 낮은 상태)의 영향으로 상승세가 주춤하겠지만, 지구 온난화의 가속으로 이상 고온 현상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기상청이 9일 발표한 ‘2024년 연 기후특성’에 따르면 지난해 연 평균 기온이 평년(1991~2020년 평균) 기록(12.5도)보다 2도 높아 관측시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국 기상 관측망이 확충된 1973년 이후는 물론, 1900년대 초부터 관측 기록을 보유한 서울 등 6개 지점 관측값 기준으로도 역대 최고치였다.
찜통 폭염 일으키는 ‘두겹 고기압’ 강화
기상청은 “높은 해수면 온도, 티베트고기압, 북태평양고기압 등 고기압의 발달이 크게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우리나라 해역을 비롯한 북서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연중 평년보다 높아, 해상을 통해 우리나라로 유입되는 공기를 달궜다. 여름철 날씨에 영향을 주는 북태평양고기압도 우리나라 주변의 따뜻한 해상에서 더욱 강화됐다.
특히 지난해 여름은 찜통 폭염을 일으키는 ‘두 겹 고기압’ 상태가 장기간 이어졌다. 북태평양고기압에 더해 티베트고기압도 발달해 한반도를 덮었다. 기상청은 “북인도양 해수면 온도가 높은 영향으로, 티베트고기압이 발달해 우리나라까지 확장하거나 우리나라 동쪽에 고기압을 유도했다”고 밝혔다.
‘강수 집중화’로 위험기상 증폭
장마철에 강수량 대부분이 집중되면서 ‘위험 기상’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지난해 여름철 강수량은 602.7㎜로 평년(727.3㎜)보다 20%가량 적었지만, 여름 강수량의 78.8%(474.8㎜)가 지난해 장마철(6월 하순부터 7월 하순까지)에 쏟아졌다. 이는 1973년 이래 가장 큰 비율이다.
이 기간 시간당 강수량 100㎜가 넘는 위험 기상이 9개 지점에서 나타났다. 일반적인 폭우는 시간당 30㎜ 이상일 때를 의미한다. 시간당 100㎜ 이상 폭우는 100~500년 빈도로 나타날 법한 강도다. 1942년 서울, 2022년 8월 8일 강남 지역 침수 때 나타났는데 지난해에는 9개 지점에서 관측됐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고 기상청은 평가했다.
엘니뇨→라니냐 전환해 기온 상승 주춤할까
이준이 부산대 기후과학연구소 교수는 “과거 기록을 보면, 엘니뇨 정점이 나타난 다음해가 지구 연평균 기온 최고치를 기록해왔는데, 지난해가 엘니뇨 정점(2023년) 다음해였기 때문에 다음 엘니뇨가 오기 전까지 역대 최고치 기록을 유지하지 않을까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예측하지 못한 기상이 계속 나타나고 있어 지구 온난화의 영향은 계속될 것이고, 과거의 양상대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지 못할 것이라 장담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반기성 케이클라이밋(기후분석 업체) 대표는 “지난해는 엘니뇨에서 라니냐로 전환되면서 라니냐 영향이 11월부터 나타났고, 올해 라니냐 유지 기간이 짧을 거란 예측도 있다”며 “최고치 경신까지는 아니어도, 최고치에 근접한 더위는 나타나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