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등 188명이 공동 발의한 새 법안은 특검 추천 권한을 대법원장에게 일임했다. 대법원장이 특검 후보자 2명을 추천하면 대통령(권한대행)이 한 명을 임명하는 방식이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각각 한 명을 추천하는 기존 특검법과 180도 달라졌다.
야당의 비토(veto·거부)권도 삭제했다. 기존 김건희 특검법 등엔 대법원장 등이 후보를 추천해도 야당이 거부하고 재추천을 요구하는 조항이 들어갔었다. 새 특검법은 그런 비토권 없이 온전하게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추천권을 부여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재의요구서를 충분히 반영했다. 누가 특검을 추천해도 수사 결과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거란 판단도 있다”고 말했다.
여당이 너무 많다고 지적해 온 특검 수사관 숫자를 줄이고 수사 기간도 단축했다. 이전 법안에서 파견검사 40명을 포함해 총 205명이었던 특검 수사단 숫자는 새 법안에서 파견검사 30명을 비롯한 155명으로 축소됐다. 수사 준비 기간을 포함한 수사 기간도 기존 170일에서 150일로 줄였다.
여당도 ‘내란특검 수정안’ 낸다지만…협상 나설지는 미지수
이날 새 법안을 두고 군소 야당도 “국민의힘에서 발의한 특검법이라 해도 믿을 수준”(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 “대승적 결단으로 시빗거리를 제거했다”(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고 평가했다. 특검 후보 추천 규정 등 쟁점 조항을 양보했기 때문에 통과 가능성이 커졌다는 게 야권의 주장이다. 민주당에선 “특검법만 통과하면 복잡한 수사권 조정 논란에서 벗어나 수사가 본궤도에 오를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내란 특검법이 부결된 지 반나절 만에 졸속으로 만든 민주당의 새 법안도 문제점이 너무 많아 ‘법률안’으로 부르기에도 민망한 수준”이라며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여당이 가장 문제 삼는 건 수사 범위다.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장인 주진우 의원은 “특검법은 수사 범위를 한정하는 게 핵심인데, 이 법안은 수사 범위가 무한정”이라며 “사실상 민주당 산하 검찰청을 새로 만드는 꼴”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관련된 고소·고발 사건은 물론, 인지 사건까지 수사 범위로 규정한 조항이 당내에서는 “여권 전체를 겨냥한 마녀사냥식 수사로 키울 수 있는 독소조항”으로 지목된다.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기존 법안에 없었던 ‘외환 행위’도 수사 대상에 포함했는데, 실체도 없는 걸 넣어서 수사 범위를 넓히겠단 것”이라고 말했다.
특검 추천권 부분에 대해서도 여당은 “여전히 논쟁의 여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주 의원은 “특검의 수사 범위에 대해 법원의 판단을 받아야 하는데 (판단 주체인) 대법원장만 특검 후보자 추천 권한을 갖는 게 합리적인지 의문”이라며 “법원행정처장·한국법학교수회 등에 추천권을 나누는 게 더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사위 소속 의원도 “대법원장만 추천 권한을 갖는 건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에선 주 의원을 중심으로 자체 수정안 마련에 착수했다. 주 의원은 “추천 권한과 수사 범위 등을 합리적으로 조정해 다음 주 정도까지는 얼개를 만들어서 의원총회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이날 오전 “쌍특검에 대한 실효성 있는 입법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실제 여야 협상이 본격적으로 개시될지는 미지수다. 국민의힘에선 “특검 자체를 하면 안 된다”(친윤계 중진 의원)는 반발도 작지 않은 데다, 당 지도부 역시 수정안 제출을 공식화하지 않고 있어서다.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이날 비대위 직후 기자들과 만나 “스스로의 안을 내는지에 대해서도 의총을 열어서 결정할 문제”라고 설명했고, 비윤계 의원은 “수정안을 ‘검토해 본다’는 것이지 발의한다고 한 게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