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우(61)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신임 회장은 9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의정갈등 초기 의협 비상대책위원회를 이끌며 투쟁에 앞장선 그는 의료계 내 대표적인 강경파로 분류되지만, “대화와 협상이 먼저”라며 의정갈등 해결 의지를 드러냈다.
김 회장은 이날 “정부가 의료 정상화 방안을 내놓는다면 정부와 대화할 의지가 있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2025년도 교육 문제에 대한 정부의 명확한 플랜(계획)이 나오면 2026년도(정원)에 대해 같이 논의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휴학한 의대생과 올해 신입생을 합치면 의대 1학년만 7500여명에 달한다. 김 회장은 정부에 이들을 교육시킬 대책을 요구했다.
다음은 김 회장과 일문일답.
‘24·25학번 교육 마스터플랜’을 정부에 요구했다. 정부가 그걸 가져와야 대화하겠다는 건가.
문제 해결을 위해선 그렇게 진행되는 게 올바른 순서라는 얘기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김 회장을 향해 "조속히 의정갈등을 해소할 수 있도록 함께 머리를 맞대고 대화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건을 내세우기보다는 하루속히 만나 허심탄회하게 대화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정부와 조건 없이 대화할 수는 없나.
어떤 목적으로 만나야 하는지 어젠다(의제)가 명확하게 정해져야 한다. 의대 교육 정상화처럼 정부에 말했던 것들이 먼저 해결돼야한다. 그다음 단계에서 만나 이야기할 수 있지 않겠나. 형식적인 인사만 할 거라면 만남에 의미가 없다. 의대 증원 정책을 진행한 정부에 태도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다. (2025학년도) 입시가 진행된 상황에서 교육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다음 단계 논의는 어렵다고 본다.
김 회장 앞에는 2026학년도 의대 정원, 전공의·의대생 복귀 방안과 같은 의정갈등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과제가 놓여 있다. 그는 "합리적으로 풀어나가는 것이 먼저”라며 총파업과 같은 의료계 투쟁은 마지막 수단임을 분명히 했다.
의료계 기류 변화가 읽힌다. 지난해 전공의들은 이른바 ‘탕핑(躺平·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있음)’ 전략을 폈는데.
지난해 정부가 사직 전공의들에 진료 유지 행정명령을 내리며 범죄자 취급을 했다. 그러니 그 당시엔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었다. 무슨 대화가 가능했겠나. 그런 상황하고는 지금 하곤 전혀 다르다. 이미 전공의는 사직 처리 됐고, 의대생은 휴학 처리된 상태로 입장이 바뀌었다. 이제 의대 교육·수련 시스템을 정상화시키려면, 망가뜨린 정부가 방안을 내놔야 한다.
신임 회장으로서 포부는.
과제가 많다. 전공의들의 필수의료 기피 문제 등에 대한 개선을 지속해서 요구해왔는데 정책 결정은 독단적이고 비과학적으로 진행됐다. 시스템 붕괴는 국민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는 만큼 사태 해결을 원한다.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요구한다. 우리도 같이 국민 건강을 위해 노력하겠다.
김 회장은 “잘못된 의료 개혁은 멈추는 게 맞다”며 “의료 개혁을 실질적으로 추진했던 결정권자(윤석열 대통령)가 궐위 상태라면 현재 진행되는 부분은 잠정 중단하고 같이 논의해서 풀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등) 결정권자가 결자해지 차원에서 문제 해결 의지를 보여준다면 의협은 국민 건강을 위해 (사태를) 해결할 의지가 충분히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