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여사 "어찌하면 좋을까요"…명태균, 꿈자리∙해외순방도 훈수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2022년 11월 12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선천성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한 14세 청소년의 집을 방문했다.  사진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2022년 11월 12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선천성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한 14세 청소년의 집을 방문했다. 사진 대통령실

정치 브로커 명태균(55)씨가 대선 이후에도 김건희 여사를 통해 국정 관련 조언 등을 건넨 사실을 검찰이 파악했다. 명씨는 해외 순방이나 국정 조사, 대외 교역 등 굵직한 사안은 물론 국민의힘 지역 사무실에 배포된 윤 대통령 사진에 대한 의견도 김 여사에게 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꿈자리 안 좋다” 明-金 대화, 진짜 있었다

9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창원지검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황금폰’으로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와 PC 등을 포렌식해 명씨와 김 여사 간 이런 내용의 대화가 오간 사실을 파악했다. 2022년 11월 7일 명씨는 김 여사에게 ”대통령님께서 해외순방 혹시 남쪽으로 가실 일 있으면 각별히 행동을 조심하셔야 한다”는 내용의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냈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김 여사는 “어떤 이유 때문이냐. 캄보디아에 간다”고 반문하며 관심을 보였고, 이에 명씨는 “이태원 참사 등 사고가 터지니 대통령님과 여사님이 너무 걱정돼 (안 좋은) 그런 꿈을 꾼 것 같다. 죄송하다”고 답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실제 윤 대통령 내외는 그해 11월 11일부터 4박 6일 일정으로 캄보디아ㆍ인도네시아 순방길에 올랐다. 이 순방 때 김 여사가 각국 정상 배우자의 공식 행사인 앙코르와트 사원 방문 일정은 불참하고, 대신 프놈펜에 있는 선천성 심장질환 청소년 집을 방문하며 논란이 일었다. 이후 정치권에선 이런 김 여사의 일정 변경이 명씨의 ‘꿈 이야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명씨와 김 여사 사이에 실제로 이런 대화가 오갔다는 걸 확인한 검찰은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다.

김 여사가 먼저 “의견 달라” 요청도

김 여사가 명씨에게 먼저 의견을 물은 적이 있다는 점도 검찰은 확인했다. 2022년 11월 24일 김 여사는 텔레그램에서 “이 상황에서 어찌하는 게 좋을지 의견을 달라”고 요청했다. 이태원 참사 관련 국정조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과 당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대립하던 때다. 이 대화가 오가기 하루 전인 23일 주 원내대표 체제의 국민의힘은 국정조사를 실시하기로 야당과 합의했다.


김주원 기자

김주원 기자

 
김 여사가 국정조사 실시 합의와 관련한 대응책을 명씨에게 물었고, 명씨는 김 여사 질문에 대해 “국정조사 대상 기관에 왜 대통령실을 (중략) 주호영이 양보했는지 큰 걱정”이라고 거들었다. 이어 “국정조사 위원으로 당내 의사조율과 전투력, 언론플레이에 능한 의원들을 포진해야 한다. 예를 들어 ○○○, ○○○, ○○○”이라며 검찰 출신 등 의원 3명의 이름을 언급했다고 한다.  

이 외에도 명씨는 텔레그램 메시지를 통해 “동남아 국가들에 한국 무기 수출을 늘려야 한다. 달러가 없으면 천연자원으로 받아오면 된다”(2022년 11월 7일)거나, “지역 당사 사무실 등에 내려온 대통령님의 사진 배경이 너무 어둡다”(2022년 10월 24일)는 등 의견을 보내며 김 여사와 소통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명태균씨가 지난해 10월 22일 본인의 페이스북에 공개한 김건희 여사와의 텔레그램 대화 내용. 사진 페이스북 캡처

명태균씨가 지난해 10월 22일 본인의 페이스북에 공개한 김건희 여사와의 텔레그램 대화 내용. 사진 페이스북 캡처

김 여사와 주고받은 텔레그램 메시지 일부를 명씨 스스로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공개한 적도 있다. 윤 대통령이 취임한 지 1년이 되어 가는 2023년 4월 6일의 대화다. 당시 명씨가 공개한 메시지를 보면 김 여사는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지라시’를 보냈다. 이에 명씨는 “아이구 이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명씨가 이 메시지 캡처를 공개한 건 ‘명태균 게이트’가 발생한 후 국정감사가 진행되던 지난해 10월 22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