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월 1~7일 일평균 개인카드 사용액은 2조3430억원으로 전년 동월(2조2995억원) 대비 1.9%(435억원) 증가했다. 짧은 기간이긴 하지만 지난해 11월·12월에 비해 증가율이 둔화했다. 지난해 12월 일평균 개인카드 사용액은 2조6273억원으로 전년 동월(2조5388억원) 대비 3.5%(885억원) 늘었고, 11월 증가율은 3.3%였다. 한은 관계자는 “일평균 카드 사용액 증가율이 지난해 3분기 3.3%, 4분기 3.1%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직까진 소비 둔화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일별 카드 사용액 추이를 살펴보면 월초인 1~3일 카드 사용액은 1년 전에 비해 3.9% 늘었다가, 계엄 직후인 4~20일 3.0%로 증가폭이 둔화했다. 이후 크리스마스가 포함된 21~25일엔 전년 동기 대비 카드 사용액이 19.2% 급증했다. 한은 관계자는 “계엄 직후 소비가 위축됐다가 크리스마스 전후에 그간 못 쓴 돈을 많이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주항공 참사 이후엔 소비 심리가 재차 위축됐다. 12월 26~31일 카드 사용액은 전년 대비 2.3% 감소했는데, 29일은 제주항공 참사가 발생한 날이다. 지난 4일까지 국가애도 기간으로 지정되면서 각종 연말 모임 등이 연이어 취소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은 관계자는 “2023년과 달리 지난해 12월 31일이 평일이라 올 1월 1일까지 연휴가 아니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연말에 소비 둔화가 심하게 나타났다”며 “그 여파가 연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소비심리가 바닥을 찍은 만큼 새해 들어 반등할 거란 기대도 물론 있다. 우선 소비심리 선행지표가 회복세다. 이날 한은이 집계한 뉴스심리지수는 지난해 12월 30일부터 올해 1월 5일까지 일주일 기준 93.3으로, 지난해 12월 평균치인 86.0보다 7포인트가량 상승했다. 뉴스심리지수는 언론사 기사에 나타난 경제심리를 지수화한 것으로 앞으로의 소비심리를 가늠할 수 있는(선행) 지표 중 하나다. 이 지수가 100보다 낮으면 과거 장기 평균보다 비관적이라는 의미다.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는 전월(100.7) 대비 12.3포인트나 하락하면서 코로나 팬데믹 이후 최대 하락폭을 기록한 바 있다.
여행ㆍ유통업계는 1월 ‘황금연휴’ 효과 등에 힘입어 소비가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는 27일 임시공휴일 지정으로 최소 6일에서 9일(31일 연차 포함)까지 연이어 쉴 수 있게 되자 그간 연휴 특수를 누려온 여행사나 주요 백화점ㆍ대형마트는 반색했다. 반면 해외여행 증가 등으로 내수 진작 효과는 미미한 데다 오히려 생산성은 떨어지는 부작용이 더 클 거란 우려도 있다.
전문가는 맞춤형 소비 진작책으로 시장에 실제 돈이 돌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계소비 성향이 높은 소득 하위계층은 정부 지원금을 저축하기보다 소비에 쓰는 경향이 강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전반적으로 소비 지출을 늘리고자 한다면 저소득ㆍ취약계층에 보다 많은 지원금을 주는 게 효과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