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정지 尹지지율이 40%?…여론 호도 여론조사 판친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각종 여론조사가 쏟아지면서 공정성 시비와 편향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여론조사가 봇물 터지듯 나오고 있다. 정치권은 조사결과를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며 정국 운영의 도구로 써 비판이 나온다. 사진은 국회모습. 연합뉴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여론조사가 봇물 터지듯 나오고 있다. 정치권은 조사결과를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며 정국 운영의 도구로 써 비판이 나온다. 사진은 국회모습.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업체 난립문제부터 지적한다. 여심위에 등록한 국내 여론조사 업체는 모두 57곳. 지난해에만 35곳이 문을 닫았다. 여심위 조사결과, 상당수가 2021년 이후 여론조사 실적조차 없다. 현재 57곳도 프랑스, 일본 등과 비교하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경우 2021년 기준 여론조사 업체는 13곳이었다.

유권자 피로도도 상당하다. 여론조사 업체는 전화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하거나 통신사로부터 가상번호(안심번호)를 사 조사를 벌인다.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통신 3사가 2023년 9월~지난해 8월 사이 여론조사 업체 측에 넘긴 가상번호는 1억2860건에 달한다. 대한민국 인구수의 2배가량이다. 높은 피로도는 정확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걸려오는 여론조사 전화를 그냥 끊는 일이 빈번해지기 때문이다. 통계교육원에 따르면 ARS 여론조사의 평균 응답률은 2~4% 수준이다. 그나마 전화면접조사의 경우 10~20%로 나타났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 여론조사 시장이 크다 보니 영세 업체들도 많은 상황”이라며 “여심위 등록 문턱이 낮아 난립 방지와 전문성 강화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여론조사꽃을 설립한 방송인 김어준 씨 모습. 뉴스1

여론조사꽃을 설립한 방송인 김어준 씨 모습. 뉴스1

 
급기야 여론조작 시비까지 벌어졌다. 여론조사꽃과 한국여론평판연구소(평판연)가 똑같은 날(지난 3~4일) 진행해 공표한 조사가 대표적이다. 꽃은 진보 성향 방송인 김어준 씨가 설립한 업체다. 평판연 현경보 대표는 과거 보수정당 후보로 총선 출마를 시도한 적 있다. 꽃은 자체조사, 평판연은 아시아투데의 의뢰 조사였다. 


꽃의 경우 정당 지지율이 국민의힘 26.8%대 민주 47.1%로 조사됐다. 오차범위(±3.1%p) 밖 격차였다. 반면, 평판연 조사에선 국민의힘 36%, 민주 39%로 격차가 눈에 띄게 줄었다. 평판연은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40%라고 발표했다. 꽃과 평판연 모두 국내 주요 여론조사 업체 35곳이 가입한 한국조사협회 소속은 아니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공표 이후인 6일 기자들에 평판연을 언급하며 “최근 여론조사를 통해 여론을 호도하는 시도들이 많다”며 “문항설계 등이 특정 대답을 유도하는 식으로 진행됐다는 판단이 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평판연 고발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틀 뒤 의원총회에서 “숱하게 여론을 왜곡·조작해 온 건 여론조사꽃”이라며 “자신들(민주당) 입맛에 맞지 않으면 고발하려 한다”고 반박했다. 관련 기사 댓글 창에도 ‘(직무정지 전에도) 안 나왔던 지지율이 정치 안 하는데 나왔다고’(아이디 rgfk****), ‘김어준 여론조사는 입도 뻥끗 안 하면서 겁나 물고 늘어지네’(opop****) 등 평판연, 꽃을 각각 비판하는 내용들이 무수히 올라왔다. 

이재묵 교수는 “조사의 신뢰도를 높이려면 여론조사 품질에 등급을 부여해야 한다”며 “미국은 과거 선거를 얼마나 잘 예측했는지 등을 기반으로 조사 업체를 4개 등급으로 분류한 후 공개한다”고 말했다.

전국 대부분 지방에 한파 특보가 발효된 10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탄핵 반대 집회를 하고 있다. 뉴스1

전국 대부분 지방에 한파 특보가 발효된 10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탄핵 반대 집회를 하고 있다. 뉴스1

 
거대 양당의 아전인수격 해석은 여론조사 공해를 확산하는 주범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내란 특검법의 광범위한 수사 범위도 그렇고 보수를 궤멸하려는 민주당에 대한 반발에 보수층이 결집한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국민의힘 지지율 상승과 관련, “부정선거 음모론 등 가짜뉴스로 결집이 이뤄지는 거로 보이는데 (그런 결집은) 그냥 무너질 거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양당에도 자성의 목소리가 없진 않다. 김성태 전 국민의힘 의원은 9일 뉴스1 TV에서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탄핵 반대 집회 ‘판’에 올라탄 모습은 중도·합리성을 추구하는 국민 입장에서는 크게 실망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친명계인 김영진 민주당 의원은 10일 SBS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 문제 등 과도하게 나가는 것에 절제하고, 전략적 인내를 통해서 국민의 목소리를 잘 들어야 한다”며 “더 큰 위험으로 나가지 않게끔 관리해나가는 게 필요한 시기”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