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WSJ에 따르면, 현대차 관계자들은 지난해 11월 5일 미 대선 이후 트럼프 당선인 측근들과 접촉해 왔으며, 미국 자회사를 통해 취임위원회에 기부금을 냈다.
앞서 미국의 제네럴모터스(GM)와 포드, 일본 토요타 등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은 트럼프 당선인 취임식을 위해 100만 달러와 일부 차량을 기부하기로 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최대 7500달러의 전기차 보조금 폐지를 공언하는 등 그의 집권 2기를 앞두고 글로벌 자동차 시장 환경에 큰 변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이어진 ‘트럼프 줄대기’ 행렬로 풀이됐다. 이와 관련해 WSJ은 “미국에 생산공장이 있더라도 외국산 부품을 많이 활용하는 자동차 회사들은 트럼프 측과 우호적 관계를 맺으려 노력해 왔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외국에서 수입되는 모든 제품에 10~20%의 보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고, 캐나다ㆍ멕시코에 대해서는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다. 리서치 업체 워즈 인텔리전스 조사 결과 지난해 미국에서 팔린 차량의 16%는 멕시코에서 생산됐고 7%는 캐나다에서 수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관세가 부과되면 미국에서 판매되는 자동차 평균 가격이 약 3000달러 오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현대차가 트럼프 당선인 측과의 관계 구축을 위해 공격적인 캠페인을 시작했다고 WSJ은 전했다. 현대차는 취임식 전 트럼프 당선인 자택인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취임식 후에는 백악관에서 트럼프와의 회동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회동이 성사되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이 참석하는 방안의 논의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는 장재훈 현대차 부회장과 무뇨스 사장 등이 참석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당선 이후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 등 굴지의 빅테크 기업 CEO들이 앞다퉈 마러라고 리조트를 방문하고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10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계획을 밝히는 등 트럼프 측과의 관계 개선에 힘쏟고 있다. 올트먼과 저커버그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도 참석할 것이라고 한다. 한국 대기업 중에선 유일하게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지난달 트럼프 당선인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 초청으로 마러라고에 머무르며 트럼프 당선인과 회동한 바 있다.
현대차 대변인은 WSJ에 100만 달러 기부를 확인하면서 “현대차는 미국 제조업을 지원하고 공급망을 보호하며 혁신을 촉진하는 정책을 가진 새 행정부와 협력할 기회를 갖는 걸 환영한다”고 했다. 현대차그룹은 2022년 조지아주 서배너에 자동차 생산공장인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착공했으며, 올해 정식 가동을 앞두고 있다.
현대차 계열사인 현대제철도 트럼프 2기 출범을 앞두고 미국 현지에서 자동차용 강판 생산이 가능한 제철소 건설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관세 정책을 비롯한 통상 이슈에 대응하고 비용 절감을 통해 시너지를 높이기 위한 차원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