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에 100만 달러(약 14억7000만원)를 기부했다. GM, 포드, 토요타 등 주요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도 모두 같은 금액을 내며 기부행렬에 동참했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약속이나 한듯 트럼프 2기 행정부와 우호적인 관계를 맺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다.
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현대차는 미국 내 자회사를 통해 오는 20일 예정된 트럼프 당선인 취임식 기금에 기부금을 냈다고 보도했다. 현대차가 미 대통령 취임식에 기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해 대선 유세 과정에서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상품에 대해 최대 2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공약을 낸 바 있다. 특히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으로 묶여 있는 북미권 멕시코와 캐나다산에는 25%의 관세 폭탄을 예고했다.
이 조치가 현실화한다면 미국에 생산공장이 있더라도 외국산 부품을 상당 부분 수입하는 완성차 업체들에게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멕시코 지역에 생산기지를 가지고 있는 상당수 완성차 업체들은 관세 부과에 민감하다. 실제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기아는 미국 수출용으로 멕시코에서 포르테와 K4 소형 세단을 생산하고 있다. 두 모델의 판매량 합계는 기아 미국 판매량의 약 18%를 차지한다.
관세 부과는 완성차 부품 공급에도 영향을 준다. 멕시코와 캐나다는 미국에 공장을 갖고 있는 완성차 업체들 입장에선 중요한 부품 공급처다. 투자분석업체 울프 리서치는 지난해 11월 멕시코,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수입되는 부품 규모가 연간 약 1000억 달러(약 147조4000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공약대로 관세가 부과되면 미국에서 판매되는 자동차 평균 가격은 약 3000달러(약 440만원)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번 기부금 전달로 트럼프 당선인 취임식에 현대차그룹 관계자가 참석할 가능성도 커졌다. WSJ에 따르면 취임식 기금에 100만 달러를 기부할 경우 트럼프 당선인과 멜라니아 여사가 참석하는 취임식 하루 전 비공개 '촛불 만찬' 티켓 6장이 제공된다. 트럼프 내각 인사들이 참석하는 취임식 이틀 전 비공개 연회 티켓 6장도 제공되며 기타 특별 행사에도 참석할 수 있다.
다만 현대차는 정의선 회장과 트럼프 당선인과의 회동에 대해서는 결정된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일부 경영진이 취임 관련 행사에 참석하는 것을 검토하는 건 맞지만, 정의선 회장이 트럼프 당선인과 회동을 추진한다는 내용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지난 10년 동안 미국 현지 투자를 집중적으로 늘려왔다. 2022년에는 조지아주에 생산 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착공했다. 연간 30만 대의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으며 최대 50만대까지 증설할 수 있다. 신규 고용 창출 효과만 8500명에 달한다. 지난해 10월부터 시험 가동에 들어갔다. 1분기 중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직접 참석하는 완공식을 열고 본격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현대차 계열인 현대제철 역시 관세 대응 차원에서 미국 현지에 제철소 건설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에서 차량용 강판을 직접 생산해 현대차와 기아에 공급하는 전략으로 관세 부과 등의 불확실성을 돌파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