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소비, 카드사태 이후 21년 만 최악…새해도 내수 위기

지난 7일 서울 중구 명동 중심가에서 영업을 중단한 상점 앞을 지나는 시민. 연합뉴스

지난 7일 서울 중구 명동 중심가에서 영업을 중단한 상점 앞을 지나는 시민. 연합뉴스

상품소비 전 분야가 지난해까지 2년 연속 하향세를 보일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소비를 나타내는 소매판매는 ‘카드사태’를 겪은 2003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올해 내수도 쉽게 온기를 되찾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12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소매판매액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2.1% 감소했다. 2023년에도 소매판매가 연 1.5% 감소했는데, 작년에는 더 큰 폭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상황이다.

처음으로 2년째 전 상품군 소비 감소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특히 지난해(1~11월)는 승용차를 비롯한 내구재(-2.8%)와 의복 등 준내구재(-3.7%),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1.3%)에 대한 소비가 함께 감소했다. 2023년에 이어 2년째 동반 감소다. 이처럼 모든 상품군 소비가 2년 연속 일제히 감소한 것은 1995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처음이다. 외환위기를 겪은 1998년에도 전 상품군의 소비가 줄었지만, 이듬해엔 회복했다.

소비 감소 폭이 커진 점도 문제다. 지난해 1~11월 소비 감소 폭은 2003년 같은 기간(-3.1%) 이후 21년 만에 최대가 될 전망이다. 당시는 신용카드 과잉 발급으로 대규모 신용불량자가 발생하며 소비가 위축됐던 카드사태 때였다.

“소비 유도하는 재정 역할 필요”

상품소비뿐만 아니라 서비스 소비도 어렵다. 서비스 소비 상황을 볼 수 있는 서비스업 생산은 지난해 1~11월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23년 3.4%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절반 이하 수준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촉발한 비상계엄 사태로 소비심리가 빠르게 냉각된 점은 서비스 소비에 큰 부담이다.


올해 내수에 대한 전망도 불투명해진 상태다. 계엄과 탄핵 정국이 반영되지 않았던 지난해 경제 전망에는 올해 내수 반등에 대한 기대감도 일부 있었다. 지난해 11월 한국은행의 전망에선 민간소비 증가율이 지난해 1.2%에서 올해 2.0%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기획재정부는 이후 내놓은 전망에서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을 한은보다 낮은 1.8%로 제시했다. 직전 전망인 2.3%에서 대폭 하향 조정한 수치다.

실제 해마다 늘어나는 개인카드 사용액은 증가세가 둔화 조짐이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1월 1~7일 일평균 개인카드 사용액은 2조3430억원으로 전년 동월 같은 기간 대비 1.9%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11월(3.3%)ㆍ12월(3.5%)과 비교하면 증가세가 확연히 꺾였다. 한은 관계자는 “일평균 카드 사용액 증가율이 지난해 3분기 3.3%, 4분기 3.1%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소비 둔화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내수 부양을 위해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정부는 이미 편성된 예산을 상반기 75% 쓰는 등 ‘신속 집행’을 하면 경기 보강에 효과가 있을 것이란 입장이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존 예산 사업을 빠르게 집행하는 것만으로는 현재 문제인 소비 촉진에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며 “저소득 가구·소상공인을 중심으로 소비 유도에 집중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