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산악연맹(UIAA)이 주최하는 아이스클라이밍월드컵은 청송을 시작으로 스위스·프랑스·미국·캐나다에서 다섯 차례 치러진다. 이번 대회 전까지 세계랭킹 남·여(리드) 1위는 한국의 이영건과 신운선이었다. 아이스클라이밍 강국 러시아가 2021년부터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빠지면서 랭킹이 올랐다. 이번 대회는 18개국 118명이 참가했다.
등반 형태는 스포츠클라이밍과 비슷하지만, 45~50㎝의 아이스바일 두 자루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보다 역동적인 테크닉과 동작이 가능하다. 바일을 잡은 팔 위에 한쪽 다리를 걸쳐 체중을 실은 후 이동하는 ‘피겨 포 (figure four)’가 대표적이다.
UIAA는 이런 점을 앞세워 겨울 올림픽 정식 종목 채택을 추진 중이다. 아이스클라이밍은 2014년 소치올림픽에서 쇼케이스 종목으로 선보였지만, 이후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 악재가 겹쳐 불발됐다. 특히 2018년 평창올림픽에서 시범종목에 들지 못한 게 뼈아팠다.
아이스클라이밍은 유럽에서 태동했지만, 한국은 어느 나라보다 세계화에 앞장서 왔다. 동계스포츠 불모지인 몽골 등에 장비를 후원했으며, 청송대회가 열릴 때마다 이들이 한국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왔다. 그 결과 몽골은 이번 대회 남·여 스피드에서 2위를 차지했다. 또 대회 전 스포츠클라이밍 강국인 인도네시아는 “한국 코치진을 보내달라”고 요청하는 등 아시아 각국과 협력 중이다. 한국 내 저변도 확대 중이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한국 선수 27명의 평균 나이는 38세로 엘리트 선수와 동호인 출신이 두루 포함돼 있다.
청송군은 2011년 이후 13회째(코로나로 2년 미개최) 대회를 열고 있으며, 내년부터 5년 더 개최하기로 최근 UIAA와 합의했다. 또 영원아웃도어(노스페이스)는 지난 13년간 청송을 포함한 모든 월드컵에 글로벌 후원사를 맡았다.
오영훈(47) UIAA 집행위원은 “러시아가 빠진 가운데서도 참가국 수가 꾸준히 늘고 있다. 스포츠클라이밍보다 더 익스트림하기 때문에 앞으로 젊은 층의 유입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특히 “한국의 인공 구조물을 가미한 경기 벽 제작 기술은 동남아 등 더운 나라에서도 아이스클라이밍 경기를 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