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수 죽어" 잡힌 MZ 북한군 술술 분다…북∙러 정보 캐는 열쇠 되나

우크라이나 당국이 북한군 생포 사실을 최초로 공식 발표한 가운데, 붙잡힌 두 명의 병사가 북한군의 작전 개념과 전장에 대한 기여 수준, 파병 규모와 동선을 파악하는 열쇠로 활용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들은 각각 1999년, 2005년생인 'MZ 군인'으로 영문도 모른 채 전장에 투입됐다 붙잡힌 것으로 나타났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9일 생포한 북한군 2명의 사진을 공개했다. 엑스 캡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9일 생포한 북한군 2명의 사진을 공개했다. 엑스 캡처

"러시아 도착 후 파병 알아" 

12일 국가정보원은 "우크라이나 정보당국(SBU)과의 실시간 공조를 통해 북한군 생포를 포함한 현지 전장 상황을 파악, 우크라이나군이 지난 9일 러시아 쿠르스크 전장에서 북한군 두 명을 생포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군은 쿠르스크 전선에서 부상을 당한 채 생포됐고, 현재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설명했다.

국정원에 따르면 생포된 북한군 중 한 명은 조사에서 "지난해 11월 러시아에 도착해 1주일 간 러시아 측으로부터 군사훈련을 받은 후 전장으로 이동했다"며 "전쟁이 아닌 훈련을 받기 위해 이동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으며, 러시아 도착 뒤에야 파병 온 것을 알게 됐다"고 진술했다. 북한이 '폭풍군단'으로 불리는 특수부대원들을 파견하면서 전장 투입 사실을 미리 고지하지 않았다는 정보가 사실로 확인된 셈이다.

생포 북한군에 대한 추가 신문을 통해 러시아-북한군 통합 편제의 운용 방식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진술을 얻을 수 있을 전망이다. 지휘 계통에 있는 인사와 이들의 명령 하달 방식에 대해 추가 정보를 획득할 가능성도 있다.

지난 9일 우크라이나군에 의해 붙잡힌 북한 병사.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엑스 캡처

지난 9일 우크라이나군에 의해 붙잡힌 북한 병사.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엑스 캡처

"상당수 죽어 나가…낙오된 뒤 며칠 굶어" 

국정원에 따르면 이번에 붙잡힌 북한군은 조사에서 "전투 중 상당수 병력 손실이 있었고, 본인은 낙오돼 4~5일간 먹지도 마시지도 못하다가 붙잡혔다"고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북한군이 전선에서 총알받이로 소진되고 있다는 걸 스스로 인지하고 있다는 뜻일 수 있는데, 이로 인한 내부 동요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대규모 사상자가 나오는 가운데 북한군의 전투 의지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며 "북한군이 심리적으로 취약한 측면을 노려 반격에 나서고 지휘 계통을 파악해 우두머리를 공략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생포된 북한군의 구체적인 진술이 확보되고 이 중 일부를 국정원이 공개한 것 자체가 포로들이 신문에 비교적 협조적이라는 방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북한군은 우크라이나의 포로가 되기보다는 수류탄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미 워싱턴포스트, 지난 11일)는 보도도 나왔지만, 다른 기류 또한 포착되는 셈이다. 

실물 담긴 영상 공개…심리전 적극 활용

이들의 진술을 심리전에 적극 활용할 수도 있다. 우크라이나 보안국은 11일(현지시간) 생포된 북한군 두 명이 붕대 등 응급 처치를 받은 뒤 침상에 누워 담요를 덮고 먹고 마실 것을 제공받는 모습을 공개했다. 

지난 9일 쿠르스크에서 사로잡은 북한군 포로라며 우크라이나 보안국이 11일 공개한 영상. 우크라이나 보안국 웹페이지 캡처

지난 9일 쿠르스크에서 사로잡은 북한군 포로라며 우크라이나 보안국이 11일 공개한 영상. 우크라이나 보안국 웹페이지 캡처

이와 관련,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그동안 확인되지 않았던 파병 관련 첩보의 불확실성을 상당 부분 해소하고 이들을 최전선 심리병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북한군의 신병 처리는 또다른 문제다. 북한 주민은 헌법에 따라 모두 한국 국민이다. 국정원은 이들이 귀순을 원할 경우 "국제법·국내법적으로 당연히 우리나라가 받아줘야 하는 상황"(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이라는 입장이다.

포로 간주하면 러시아 송환 가능성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지적한다. 북·러가 북한군 파병 사실을 공식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북한군을 '포로의 대우에 관한 제네바 협약'에 따른 포로로 간주할 경우 러시아로의 송환이 원칙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1일 생포 북한군이 "모든 전쟁 포로(Prisoners Of War)와 똑같이 필요한 의료 지원을 받고 있다"고 표현했다. 

지난 9일 생포된 북한군 병사가 지니고 있던 신분증.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엑스 캡처

지난 9일 생포된 북한군 병사가 지니고 있던 신분증.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엑스 캡처

 
국정원도 최근 국내 정치적 상황을 고려해 북한군 귀순 유도 등에 있어 '로키'(low-key) 대응으로 돌아선 분위기라고 한다. 우크라이나 보안국에 따르면 생포된 북한군은 심문을 위해 현재 키이우로 이송된 상태로 영어, 러시아어, 우크라이나어를 할 줄 몰라 한국 국정원과 협력하는 한국인 통역사를 통해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