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는 2025년을 규정하는 개념이다. 13일로 트럼프 당선인의 47대 대통령 취임식(20일)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국제사회는 그가 몰고올 지각변동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아메리카 퍼스트’만 빼곤 모든 게 불분명해 보이는 트럼프 2.0 시대. 하지만 트럼프 2기 가늠에 실마리가 될 인물이 있다. 56년 전 1월 미국의 37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다.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불명예 퇴진했지만, 부통령 출신으로 재선에 성공한 데 이어 대통령 재선까지 성공한 미 역사상 유일한 대통령이다.
닉슨과 트럼프는 등장 배경에서부터 고립주의를 근간으로 한 외교 노선, 보편관세 정책 등 다양한 면에서 뿌리 깊은 공통점이 발견된다. 이는 닉슨을 뜯어보면 트럼프 2.0 시대를 어느 정도 그려볼 수 있다는 얘기로 통한다. 이른바 ‘네오닉스니즘’이다.
먼저 닉슨이 1기 대통령으로 뽑힌 1969년은 장기화된 베트남전쟁으로 국민 피로감이 높았고, 경제적으로 인플레이션과 무역적자가 누적됐으며, 대외적으로는 구소련의 강력한 부상이 미국 중심의 일극체제에 균열을 내던 시기였다. 미 국력이 완연한 쇠퇴기였을 때 닉슨은 ‘베트남 철군’ 공약을 내걸고 미국의 안정을 원하는 ‘침묵하는 다수’(Silent Majority)’ 유권자를 파고들어 대선에서 승리했다.
트럼프 역시 천문학적 규모의 무역적자에 인플레이션이 치솟는 등 미국 경제가 추락하던 시점에, 또 신흥 패권국 중국이 미국에 강력한 위협세력으로 떠오르며 미국 중심의 기존 질서가 위태로웠을 때 등장했다. 그러고는 미국의 힘이 쇠락해진 시점에 ‘마가(MAGAㆍ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내걸며 저소득ㆍ저학력 백인 남성 중심의 ‘침묵하는 다수’를 자극해 지지층을 다졌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트럼프의 ‘안보 무임승차론’이 이와 궤를 같이 한다. 그는 이미 한국을 향해서도 ‘머니 머신’(부자 나라)이라 부르며 방위비 증액을 압박해 왔다. 트럼프 2기가 들어서면 ‘동맹 중시’ 기조 대신 미 국익에 부합하지 않으면 동맹국이라도 거센 위협을 가해 자국 이익 극대화를 추구할 것으로 전망되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차태서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트럼프가 추구하는 아메리카 퍼스트의 끝은 ‘아시아의 안보는 아시아인의 손에’라며 베트남에서 철수한 닉슨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그러면 한국 핵무장론 등 이전에는 과격하게 보인 담론들이 몰라보게 활발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 제조업의 부흥을 외치는 트럼프가 이를 위해 들이민 ‘보편관세 10~20%’ 공약도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닉슨이 있다. 닉슨은 1971년 달러 중심의 금 본위 제도인 브레턴우즈 체제를 끝내겠다고 발표해 이른바 ‘닉슨 쇼크’를 불렀는데, 당시 달러 보호 및 무역수지 개선을 이유로 ‘보편관세 10%’란 초강수를 뒀다. 경쟁국의 통화 가치 절상을 압박하기 위한 카드였다.
닉슨의 보편관세 드라이브는 일시적으로는 성공한 듯 보였지만 미국 내 수입물가 상승에 오일쇼크 등이 겹치면서 오히려 인플레이션이 심화됐고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미쳤다. 서정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트럼프 2.0 시대에 관세라는 무기를 남용하면 어떻게 될지 닉슨 정부가 참고 사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뿌리를 찾으면 드러나는 닉슨과의 유사성은 트럼프 2기를 맞는 한국에도 시사점을 준다. 서 교수는 “예측 불가능성의 트럼프 2.0 시대에 한국이 수동적으로만 대응하면 트럼프 정부 요구에 계속 끌려다닐 수 있다”며 “오히려 공세적 어젠다를 먼저 던지는 방식으로 판을 주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위험 관리’에 힘쓸 필요가 있다는 제언도 나온다. 차 교수는 “신자유주의와 세계화 시대라는 긴 여름이 가고 신냉전의 혹한이 오고 있다”며 “신냉전의 겨울이 상당 기간 갈 거라고 보면 우리의 가장 중요한 일은 ‘리스크 매니지먼트’”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