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한파에도 은행들은 돈 잔치…임금·성과급 또 오른다

 

은행권이 역대급 실적을 바탕으로 직원 급여와 복지 혜택을 크게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서울 용산구의 ATM 밀집 지역 모습. 연합뉴스

은행권이 역대급 실적을 바탕으로 직원 급여와 복지 혜택을 크게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서울 용산구의 ATM 밀집 지역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경기 침체와 대출 규제로 자영업자를 비롯한 시민들의 고통이 컸지만, 은행들은 전년보다 임금 인상률을 높이고, 성과급 규모를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이 높아진 예대금리차(예금과 대출 금리 차이)를 바탕으로 역대급 실적을 이어간 영향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가운데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을 제외한 세 곳이 임금·단체협약(임단협)을 타결했다.

하나은행은 잠정안을 가지고 지난주까지 조합원 투표를 거쳤으며, 이날 임단협을 타결할 예정이다. 국민은행은 조정 절차를 진행 중이며, 아직 노사 합의안이 없는 상황이다.


국민은행 외 4개 은행의 임금인상률은 일반직 기준 2.8%로 결정됐다. 전년 2.0%에서 0.8%포인트(p) 높아졌다.

임금인상률은 한국노총 산하 산별노조인 금융노조가 사측과 일괄적으로 협상하는 사안이어서 국민은행의 임금인상률도 2.8%로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권 성과급도 전반적으로 전년 대비 확대됐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올해 성과급으로 기본급의 280%를 책정했다. 지난해(신한 281%·하나 280%)와 비슷한 수준이다. 신한은행은 현금성 포인트인 마이신한포인트 지급액을 100만포인트(100만원 상당)에서 150만포인트로 늘렸다.

하나은행 역시 현금 지급액을 10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늘리고, 복지포인트를 50만원 증액하기로 했다. 농협은행은 통상임금 200%에 현금 300만원으로 전년 조건을 그대로 유지했다.

우리은행은 2024년 결산이 끝난 후 성과급 규모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노조 측은 올해 역대 최대실적을 낸 만큼, 성과급 확대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은행은 노조에서 성과급으로 '임금 300%와 1천만원'을 요구하고 있다. 전년 조건(통상임금 280%)보다 대폭 확대된 수준이다.

은행 노조들의 보상 확대 요구는 은행들이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까지 5대 은행의 누적 순익은 약 11조7883억원으로 전년 동기(약 11조3282억원)보다 4.06% 증가했다.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와 시장 금리 하락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이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요구에 대출 금리는 올리고 시장 금리 하락에 맞춰 예금 금리는 내려 수익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은행권 신규 취급액 기준 예대금리차(1.41%p)는 2023년 8월(1.45%p) 이후 1년 3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5대 은행의 이자수익에서 이자비용을 뺀 이자이익은 약 29조1417억원으로, 전년 동기(약 28조6920억원)보다 1.57% 늘었다.

은행들은 2024년 임단협에서 출산, 육아 혜택 등 임직원 복리후생도 크게 개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 직원의 급여는 기존에도 높은 수준이다. 은행 경영현황 공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3년 5대 은행의 직원 근로소득은 평균 1억1265만원으로 집계됐다.

국민은행의 평균 연봉이 1억1821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하나은행(1억1566만원)·농협은행(1억1069만원)·우리은행(1억969만원)·신한은행(1억898만원) 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