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51번째 주' 꺼낸 이유? "불법이민자, 캐나다 거쳐 美 간다"

최근 2년 새 캐나다 국경에서 불법 이민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최근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州)로 삼고 싶다"고 언급하며 관세 카드로 압박하는 배경에도 이런 불법 이민 증가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원래 미국과 캐나다 간 국경은 세계에서 가장 길고(약 9000㎞) 평화로운 국경으로 꼽힌다. 그러나 미 세관·국경단속국에 따르면 캐나다 국경에서 2024 회계연도(23년 10월~24년 9월) 기간에 미국에 불법 입국하려다 구속된 인원만 2만3721명에 달했다. 이는 전년의 2배 규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취임을 앞두고 캐나다 국경에서 불법 이민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2017년 7월 8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 중 트럼프와 저스틴 트뤼도 당시 캐나다 총리가 여성 기업가 정신 금융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취임을 앞두고 캐나다 국경에서 불법 이민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2017년 7월 8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 중 트럼프와 저스틴 트뤼도 당시 캐나다 총리가 여성 기업가 정신 금융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그러다 보니 예전에 자유 왕래가 가능했던 곳에서 단절이 일어나고 있다. 13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미국 동부 버몬트주(州)와 캐나다 퀘벡주 국경에 있는 해스켈 도서관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여권 없이 자유롭게 양 국경을 오갈 수 있는 도서관이다. 닛케이는 "이 도서관에서 3주에 한 번꼴로 불법 이민자를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NYT)는 "캐나다 국경을 통한 불법 이민이 급증한 것은 관광 비자 등으로 캐나다에 온 이민자들이 캐나다를 디딤돌 삼아 미국 국경으로 향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NYT에 따르면 틱톡에는 얼굴을 가린 남성들이 "100% 안전한 루트를 제공한다"면서 브로커를 자처하는 광고가 성행한다. 캐나다 온타리오주 브램턴에서 미국 뉴욕까지 택시로 태워주겠다는 솔깃한 제안도 있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트럼프 취임을 앞두고 멕시코 국경 보안이 강화되자 우회 루트로 캐나다를 택한 측면도 있다. 중남미 국적자들이 비자가 불필요한 캐나다에 일단 들어간 뒤 미국으로 간다는 것이다.   


앞서 트럼프는 지난해 11월 소셜미디어(SNS)에 "멕시코와 캐나다를 경유해 수천 명이 들어오면서 전례 없는 수준의 범죄와 약물이 미국으로 들어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펜타닐(합성마약)과 불법 이민이 멈출 때까지 25% 관세를 멕시코와 캐나다에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 캐나다 공공안전부 관계자는 닛케이에 "캐나다 범죄그룹의 펜타닐이 미국을 위협한다는 (트럼프의) 주장에는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2023년 3월 7일 캐나다 퀘벡의 록삼 로드 부근에서 걷고 있는 줄레마 디아즈. 그는 망명을 원하는 많은 라틴계 사람들과 온라인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023년 3월 7일 캐나다 퀘벡의 록삼 로드 부근에서 걷고 있는 줄레마 디아즈. 그는 망명을 원하는 많은 라틴계 사람들과 온라인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캐나다, 트럼프 관세 위협에 맞대응 카드"

이런 가운데 트럼프에게 '25% 관세 폭탄' 위협을 받은 캐나다가 실제 관세가 인상될 경우 미국산 수입품에 대해 보복 관세를 물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CNN에 따르면 캐나다가 검토 중인 목록에는 철강·가구·오렌지 주스·위스키·사료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미국으로 수출하는 에너지 제품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멜라니 졸리 캐나다 외교부 장관은 지난 9일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캐나다 제품에 관세를 부과할 경우 결과가 따를 것이고, 캐나다도 지렛대(레버리지)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캐나다가 실제로 미국과 무역 전쟁까지 벌일 지는 불명확하다. 캐나다의 지난 2023년 미국 수출액은 5927억 캐나다달러(약 605조원)로, 전체 수출액의 4분의 3 이상을 차지한다. 이처럼 미국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캐나다가 섣불리 맞대응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캐나다 정부가 일단 트럼프의 요구대로 국경 경비를 강화하고, 마약 단속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는 것도 이런 이유와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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