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체포 찬반 집회가 열리고 있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 일대가 현수막 공해로 몸살을 앓고 있다. 용산구청이 단속·철거에 나섰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집회 참가자들은 다시 현수막을 설치했다.
14일 오전 9시 한남동 루터교회 앞 육교에는 ‘우리는 공산당이 싫어요’, ‘대한민국의 권력은 선거 조작에서 나온다’ 등 문구가 적힌 현수막과 태극기 18개가 빈틈없이 붙어 있었다. 한남초등학교 앞 육교에도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빼곡히 설치됐다. 윤 대통령을 옹호하는 이들이 지난주 초부터 하나둘 붙이기 시작한 현수막은 그 수가 점점 불었다.
주민들은 불편함과 안전상의 우려를 호소했다. 집회 현장 인근 카페에서 근무하는 김모(28)씨는 “정치 문구 현수막으로 뒤덮인 육교를 지날 때마다 너무 과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수가 많은 것도 문제지만 노골적이고 도가 지나친 비방이 담겨 거부감이 든다”고 했다. 육교 아래를 지나던 주민 박모(26)씨는 “미관상 안 좋은 것은 물론 현수막 고정 매듭을 튼튼하게 묶은 것도 아닐 텐데 도로에 떨어져 사람들이 다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용산구청은 이날 오전 9시30분쯤 ‘불법 광고물 단속’이라고 적힌 조끼와 안전모를 착용하고 단속에 나섰다. 이들은 현수막 줄을 풀고 일괄 수거해 트럭에 실었다. 현행 옥외광고물법은 신고한 집회 장소에 게시하는 현수막은 집회 용품으로 간주해 게시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육교 등은 신고된 장소에 속하지 않아 불법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 서울시 옥외광고물 조례는 현수막에 ‘특정 개인 또는 단체를 비방하는 내용이 없어야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또 ‘실제 행사 또는 집회 등이 열리는 기간에만 표시·설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후 5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현수막 10여 개가 다시 붙었다. 단속 뒤에도 사실상 막을 방법이 없는 실정이다. 경찰은 “집회 참여자들이 현수막을 달 때 근처에 경찰이 있다면 안전상의 이유로 제지하지만, 이미 붙은 현수막을 떼는 것은 구청 권한”이라며 “집회 신고 장소를 어디까지로 볼 것인지 명확하지 않아 다툼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용산구청 건설관리과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현수막을 붙이자마자 떼는 건 어렵지만, 매일 단속을 나가 불법 현수막 철거 작업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