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기업은 31일도 쉰다…'설 9일 연휴' 이젠 쉬는 것도 양극화

차준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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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이라면 1월 달력에서 딱 하루가 아쉬웠을 터다. 27일 임시공휴일 지정에 따라 ‘황금연휴’ 사이 출근해야 하는 31일 금요일이다. 하지만 주요 대기업에는 걸림돌이 되지 않을 전망이다. 자체적으로 31일을 휴무일로 정한 경우가 많아서다.

중앙일보가 14일 주요 대기업 10여곳을 조사한 결과 상당수가 31일을 전사 차원의 휴무일로 지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31일 쉴 경우 1월 27일부터 2월 2일까지 9일간 황금연휴를 누릴 수 있다. 의무 휴업일이 아니더라도 권장 휴무일로 삼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연차 휴가 사용을 독려해 직원 사기를 높이는 취지에서다. 연차를 쓰지 못할 경우 임직원에게 주는 수당을 절감하려는 목적도 있다.

차준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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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LG전자·한화솔루션·대한항공·LS·두산에너빌리티의 경우 31일을 전사 휴무일로 일찌감치 사내 공지했다. 현대차·LG전자는 2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기 전부터 설·추석 연휴에 하루씩을 더 붙여 전사 휴무일로 운용해왔다. 한화는 솔루션·건설은 31일을 전사 휴무일로, 에어로스페이스 등 계열사는 권장 휴무일로 정했다.

대한항공은 휴무일 사이 근무일이 낀 일명 ‘샌드위치 데이’가 있을 경우 연초에 휴무일로 사전 공지하는 제도를 운용한다. 올해의 경우 31일 뿐 아니라 5월 황금연휴를 앞둔 5월 2일(금), 10월 추석 연휴에 붙은 10월 10일(금)을 각각 휴무일로 사전 지정했다. LS는 계열사 전부에 31일 휴무를 공지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샌드위치 데이 등을 중심으로 매년 7일씩 ‘공통 연차일’을 정해 운용한다.


31일 휴무를 ‘권장’하는 회사는 삼성전자·롯데쇼핑·GS칼텍스·HD 현대중공업·CJ제일제당·신세계백화점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연휴 사이 징검다리 근무일마다 그룹 차원에서 연차 사용을 권장해 왔다”며 “31일도 상당수 직원이 휴무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GS칼텍스는 지난해 연말에 이미 31일을 권장 휴무일로 지정했다. CJ는 27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기 전에 이미 전사 휴무일로 지정했고, 31일 휴무도 권장한다.

휴무 여부를 완전 임직원 자율로 맡긴 회사는 SK텔레콤·포스코 정도다. 다만 포스코는 격주 4일 근무제(금요일 휴무)를 도입한 회사라서 자연스럽게 31일 다수가 휴무할 전망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31일은 자율 휴무지만 연차를 사용해서 직원들이 자유롭게 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요 대기업 상당수가 직원 연차 소진에 열린 추세다. 직원이 많지 않고, 인사 제도를 짜임새 있게 갖추지 못한 중소기업, 자영업자와 대비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중소기업 근로자가 전체 일자리의 89%를 차지한다. 취업플랫폼 인크루트 박광원 본부장은 “대기업은 연차 소진을 직원 복지 차원에서 접근하지만, 중소기업은 그렇지 못하다”며 “중소기업 근로자 다수가 황금연휴를 충분히 누리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경기도 판교에서 일하는 한 중소기업 직원 김모(43)씨는 “남은 연차도 잘 못쓰는데, 다들 쉬고 싶을 31일에 연차를 내는 건 언감생심”이라며 “월별 마감과 결산 정리를 말일에 해야 해서 31일은 출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