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 민간 달탐사선 동시 발사…한국 시조 8편 실린 까닭

민간 우주 기업들이 만든 달 탐사선 '블루 고스트'와 '리질리언스'를 싣고 궤도로 진입하고 있는 팰컨9 로켓. 로이터=연합뉴스

민간 우주 기업들이 만든 달 탐사선 '블루 고스트'와 '리질리언스'를 싣고 궤도로 진입하고 있는 팰컨9 로켓. 로이터=연합뉴스

 
미국과 일본의 민간 우주 기업들이 만든 무인 달 탐사선 두 대가 15일(현지시간) 달을 향해 발사됐다. 

AP·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 텍사스에 본사를 둔 파이어플라이 에어로스페이스(이하 파이어플라이)의 무인 달 착륙선 '블루 고스트'(Blue Ghost)가 이날 오전 1시 11분 플로리다의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에 실려 발사됐다. 블루 고스트는 예정대로 이륙 후 약 1시간 뒤 팰컨9에서 분리돼 비행 궤도에 올라탔다. 

블루 고스트는 약 45일간 지구 궤도와 달 궤도를 돌고 오는 3월 초 달 착륙을 시도한다. 착륙 목표 지점은 달 앞면의 북동쪽 사분면에 있는 큰 분지 '마레 크리시엄'(Mare Crisium·위난의 바다) 내의 몬라트레이유(Mons Latreille)라 불리는 고대 화산 지형 근처다. 달 표면에 착륙한 뒤에는 달이 밤을 맞을 때까지 약 14일 동안 작동하며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블루 고스트에는 위성 항법 실험을 비롯해 방사선에 적응하는 컴퓨터, 달 먼지를 닦아낼 수 있는 자동 세척 유리, 달의 토양 샘플을 수집하고 분류하는 기기 등 장비 10개가 탑재됐다. 특히 예술 작품을 달로 보내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세계 창작자들이 만든 시집 '폴라리스 트릴로지'가 실렸는데, 여기엔 한국의 시조 작품 8편도 포함됐다. 

달에 가게 된 시조는 해와 달, 별 등을 주제로 한 구충회(달에게), 김달호(운석의 꿈), 김흥열(은하), 박헌오(신비한 하늘 시집), 서관호(강촌의 달), 이광녕(해를 안고 오다), 최은희(월광 소나타), 채현병(칠월칠석날) 등 한글 작품 8편과 영문 시조 3편이다. 


이로써 파이어플라이는 미 항공우주국(NASA)과 함께 달 착륙선을 발사한 세번째 민간기업이 됐다. NASA는 달 탐사선 개발에 민간 기업들을 주도적으로 참여시키는 '민간 달 탑재체 수송 서비스'(CLPS)를 2018년 시작했다. 

이 회사의 최고경영자(CEO)는 한국계 미국인인 제이슨 김이다. 그는 미 공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항공우주·방산업체 노스럽 그러먼, 레이시온 등을 거쳐 보잉 자회사인 '밀레니엄 스페이스 시스템스' CEO로 있다가 지난해 10월 파이어플라이의 CEO로 영입됐다. 

이날 팰컨9 로켓에는 일본 우주기업 아이스페이스의 달 착륙선 '리질리언스'(Resilience)도 함께 실려 발사됐다. 리질리언스는 1시간 30여분이 지난 후 팰컨9에서 분리됐다. 리질리언스는 4∼5개월의 우주 비행을 거친 뒤 5∼6월 달 착륙을 시도한다. 

아이스페이스는 2023년 4월 민간기업으로서 세계 최초로 달 착륙에 나섰다. 당시에는 고도 측정 센서 고장으로 착륙선이 달 표면에 충돌하면서 실패했으며, 이번이 두 번째 도전이다. 이 회사의 하카마다 다케시 CEO는 재도전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달 착륙은 꿈이 아니라 현실이 됐다"며 "성공한다면 아이스페이스는 엄청난 진전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리질리언스는 고객들이 맡긴 1600만달러(약 233억원) 상당의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며, 달 샘플을 수집할 로버(탐사 로봇) 등 6개의 탑재물을 싣고 있다. 아이스페이스는 이 로버가 채취한 달의 모래와 돌 소유권을 NASA에 판매하기로 계약했다. 이는 달 자원의 첫 국제 상거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