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술 마시고 모교서 '음주 축사' 추태…아산시의장 결국 사퇴

낮술을 마시고 고등학교 졸업식장에 참석했다가 학부모들로부터 항의를 받았던 지방의회 의장이 결국 사퇴서를 제출했다.

아산시의회 홍성표 의장이 지난 10일 술을 마신 채 모교인 아산고등학교 졸업식에 참석했다가 의자에 앉은 채 잠들어 있다. 사진 독자

아산시의회 홍성표 의장이 지난 10일 술을 마신 채 모교인 아산고등학교 졸업식에 참석했다가 의자에 앉은 채 잠들어 있다. 사진 독자

16일 충남 아산시의회에 따르면 홍성표 의장(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4일 의회에 ‘의장직 사퇴서’를 냈다. 홍 의장은 사퇴서를 제출하면서 ‘물의를 일으켜 아산시민 여러분께 큰 실망감을 안겨 드리게 돼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아산시의회 홍성표 의장, 술에 취해 졸업식 참석 

홍 의장은 지난 10일 술에 취한 채로 모교인 아산고등학교 졸업식에 참석했다. 당시 축사를 하던 홍 의장은 학생들을 향해 “전체 일어서”라고 말하는 등 강압적인 태도를 보여 학부모들의 반발을 불러왔다. 홍 의장이 횡설수설하며 축사를 이어가자 일부 학부모들이 결국 그만둘 것을 요구했고 학교 관계자들의 만류로 축사가 중단됐다. 축사를 중단하고 의자에 앉은 홍 의장은 졸업식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잠들어 참석자들이 이를 휴대전화로 촬영하기도 했다.

홍 의장은 13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을 통해 “모교 졸업식에 참석하신 졸업생, 교직원 학부모님 외에 많은 분께 불편함을 끼쳐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 이어 “졸업식에 부적절한 상태로 참석했고 이로 인해 많은 실망과 심려를 끼쳐드렸다”며 “뜻깊은 자리에서 부주의한 행동으로 불편하게 해드린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0일 낮술을 마신 채 모교인 아산고등학교 졸업식에 참석했다가 물의를 빚은 아산시의회 홍성표 의장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사과의 글을 올렸다. [사진 홍성표 의장 SNS 캡처]

지난 10일 낮술을 마신 채 모교인 아산고등학교 졸업식에 참석했다가 물의를 빚은 아산시의회 홍성표 의장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사과의 글을 올렸다. [사진 홍성표 의장 SNS 캡처]

아산시의회 의원 등에 따르면 홍성표 의장은 10일 아산에서 열린 충남 시·군의회 의장 협의회 월례회를 마친 뒤 동료 의장들과 함께 인근 식당에서 오찬을 겸해 술을 마셨다. 오찬에는 의장단과 각 시·군의회 사무국 공무원, 수행원 등 64명이 참석했다. 술은 다른 지방의회 의장이 가져온 전통주를 마신 것으로 확인됐다.


홍성표 의장은 중앙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죄송합니다. 더는 드릴 이야기가 없습니다”라고 짧게 해명했다.

아산시의회, 홍 의장 제출 사직서 표결 처리

아산시의회는 조만간 임시회를 열고 홍 의장이 제출한 사직서 처리 여부를 표결로 의결할 예정이다. 아산시의회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과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본회의 개최 일정을 조율 중이다. 홍 의장에 대한 사직 처리는 재적 의원 과반 참석에 과반 찬성으로 의결된다. 아산시의회는 전체 17명 가운데 민주당 9명, 국민의힘 8명으로 구성돼 있다. 만일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모두 참석하지 않으면 과반에 미달, 회의 자체가 무산된다.

지난 10일 아산시의회에서 열린 제127차 충청남도 시·군의회 의장협의회 정례회에서 참석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 아산시의회]

지난 10일 아산시의회에서 열린 제127차 충청남도 시·군의회 의장협의회 정례회에서 참석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 아산시의회]

앞서 아산시의회는 지난 13일 윤리위원회에 홍성표 의장을 회부했다. 윤리위는 홍 의장 사직서 처리 여부와 별도로 윤리위를 열고 징계 여부를 논의할 방침이다.

아산시의회 국힘 의원들 "의원직에서 물러나라" 촉구 

아산시의회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성명을 내고 “홍 의장은 모교 졸업식에서 강압적인 태도는 물론 항의하는 학부모에게도 비아냥거리며 물의를 일으켰다”며 “의장은 물론 지방의원으로 자격도 없는 만큼 의원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