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미국산 원유 수입은 정유사에게는 '손해'라고 알려져 있다. 일단 물리적으로 멀어서 중동보다 미국산 원유는 운송비부터 많이 든다. 들여와서도 국내 정유사 공정이 상대적으로 무거운 중동산 '중질유'에 맞춰져 있어 미국산 '경질유'를 쓸 경우 가동률이 낮아져 손해다.
이런 단점에도 미국산 원유 수입이 늘어난 데는 정책 영향이 크다. 미국산 원유는 한ㆍ미 FTA에 따라 3%의 관세가 면제된다. 여기에 더해 정부의 ‘원유 도입처 다변화 지원 제도’를 통해 운송비가 높은 미국산(배럴당 약 4달러) 등을 수입할 경우 운송비가 낮은 중동산(약 2달러)과의 차액 일부를 보전해 준다.
미국산 원유가 과거보다 싸진 것도 사실이다. 거래 시점마다 변동이 있지만 14일 기준 국가별 원유 단가를 보면 두바이유는 배럴당 82.23달러, 서부텍사스유(WTI)는 77.5달러로 WTI가 좀 더 쌌다.
한 국내 정유회사 관계자는 "미국산 원유가 중동산 원유보다 항상 싼 것은 아니지만, 지원제도까지 고려하면 가격 변동에 따라 더 경제적일 때도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단기적으로는 가스보다 원유가 수입 확대에 용이하다. 김태환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가스는 수입하려면 액화 과정을 거쳐야 해 미국도 당장 수출량을 많이 늘릴 수 없다"며 "에너지의 성질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원유가 무역수지 축소 요구에 대응이 쉬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국내 정유사 측은 미국산 원유 수입을 확대하려면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운송비와 낮아지는 가동률에 대한 추가 지원, 그리고 향후 경질유에 맞게 공정을 바꾸는 데 대한 비용을 보전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석유업계 관계자는 “정유사는 민간 회사이기 때문에 정부에서 어느 산 원유를 쓰라고 강제할 수는 없다”며 “결국 미국산 원유가 더 싸지거나 혹은 정부의 인센티브로 경제성이 확보돼야 늘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청한 에너지정책 관계자는 "현재 산업부에서 여러 지원 정책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있다. 재원이 한정된 만큼 지원금을 무조건 늘리기는 쉽지 않다"며 "산업부 내 다른 부서와 기재부 등 다른 부처와 협의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석유공사의 비축유를 활용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 관계자는 "올해 제5차 석유 비축 계획을 세워야 한다"며 "현재 비축유는 유종에 대한 세부적인 가이드라인까지 정해져 있지 않은데, 5차부터는 미국산을 더 많이 비축하는 방안을 고민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