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당 관계자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조만간 가칭 ‘이재명이 만드는 세상’이란 시리즈를 시작한다. 원내 지도부를 중심으로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집중 부각해 공세를 펴겠다는 전략이다. 현재 5개 재판을 받는 이 대표는 8개 사건에서 12개 혐의를 받고 있다. ‘전 국민 25만원 지원’, ‘지역사랑 상품권(지역화폐)’ 등 이른바 ‘이재명표 정책’의 허점도 파고든다는 계획이다.
국민의힘이 본격적으로 이 대표 때리기에 나서는 배경엔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달여 만에 빠르게 회복된 여권 지지율이 깔려 있다. “여당이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재명은 안 된다”(이양수 사무총장)는 반이재명 정서가 최근 여론조사에 반영됐다고 보고 ‘이재명 불가론’을 펴겠다는 것이다.
실제 16일 발표된 전국지표조사(NBS)에선 국민의힘(35%) 지지율이 민주당(33%)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다. 1주 전 조사 대비 국민의힘은 3%포인트 오른 반면 민주당은 3%포인트 하락한 결과다. NBS 조사에서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앞선 건 지난해 9월 4주차(국민의힘 28%, 민주당 26%) 이후 처음이었다.
특히 여권은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될 가능성이 가장 큰 이 대표의 차기 대통령 적합도(28%)가 ‘정권교체’를 바라는 응답(48%)보다 낮은 데 주목하고 있다. 국민의힘 고위관계자는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으로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적대적 공생관계는 끝이 났다”며 “이제 이 대표의 민낯을 제대로 알릴 차례”라고 했다. (※기사에 인용된 조사는 지난 13~15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5명 대상 전화면접 조사로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은 19.6%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당장 16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도 이 대표를 겨냥한 발언이 쏟아졌다.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대통령에 대한 사법 절차들은 KTX(고속철도)급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사법 절차의 완행열차에 느긋하게 앉아 있는 사람도 있다”며 이 대표 사건에 대한 법원의 빠른 판단을 촉구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현 정부의 발목을 부러트리고, 국정을 반신불수로 만들었다”며 “탄핵 중독당 이재명 세력의 무차별 탄핵 남발 때문”이라고 했다.
권 원내대표는 전날 의원총회에선 “민주당의 입법 독재를 알리자”며 의원들에게 ‘전사(戰士)’가 될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이날 국회에서 취재진과 만난 그는 “만에 하나 대선이 있을지 모르니 지금부터 민주당과 이 대표에 대한 비판 강도를 높이자는 취지였다”고 부연했다.
여권의 잠재적 대선 주자군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과 유승민 전 의원은 이미 대선 출마를 시사했고, 오세훈 서울시장과 안철수 의원은 출마를 고심 중이다. 한동훈 전 대표도 정치 재개 시점을 저울질 중이고,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별도의 대선 조직을 가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