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열어 현재 연 3%인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했다. 금통위원 6명 중 5명 찬성으로 이같이 결정했다. 한은은 통화정책방향 회의 의결문을 통해 “예상치 못한 정치적 리스크 확대로 성장의 하방위험이 커지고 환율 변동성이 증대됐다”며 “향후 국내 정치 상황과 주요국 경제정책의 변화에 따라 경제전망ㆍ외환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현재의 기준금리 수준을 유지하면서 대내외 여건 변화를 좀 더 점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통위 내부에선 한은이 환율을 고려하다가 자칫 금리 인하 타이밍을 놓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적지 않았다. 금통위원 6명 중 1명이 0.25%포인트 인하 소수 의견을 낸 이유다. 신성환 금통위원은 “금리 인하라는 방향성이 이미 외환시장에 반영되고 있다고 보고, 경기 둔화로 수요가 줄어 환율 상승에 따른 물가 압력이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경기에 중점을 둔 금리 인하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 다른 5명의 위원들도 이에 동의했지만, 대외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한 번은 쉬어가기로 했다는 게 이 총재의 설명이다.
고심끝에 한은이 택한 건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적 동결’이다. 금통위원 6명 전원이 향후 3개월 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뒀다. 한은이 경기 상황을 너무 고려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이 총재는 “좀 억울한 면이 있다”며 “경기를 고려하고 있는데 조정 시기를 본 것이고, 인하 사이클은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당장 비상계엄 여파에 소비 심리가 바닥인데 경제에 숨통을 틔울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확장 재정으로 성장을 뒷받침해야 하는데 여야의 극한 대립으로 추가경정예산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한은은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11월 전망치(0.5%)보다 낮아져 0.2% 이하로 주저앉을 수 있다고 최근 분석했다. 이는 지난해와 올해 연간 성장률 전망치(2.2%ㆍ1.9%)를 모두 낮추는 요인이다. 이에 한은은 이날 내수 침체로 고통받는 저신용 자영업자와 지방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5조원 규모의 금융중개대출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900억원 규모의 이자 부담 완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은 우선 안도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값은 전 거래일(1461.2원)보다 4.5원 오른 1456.7원에 마감했다. 코스피는 2527.49(종가 기준)으로 전 거래일(2496.81) 대비 30.68포인트(1.23%) 상승 마감했다. 지난해 11월25일(2534.34ㆍ종가기준) 이후 52일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