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북 재개발 최대어로 평가받는 한남4재정비촉진구역(한남4구역) 시공사 선정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한남4구역은 국내 시공능력평가(2024년 기준) 1위인 삼성물산과 도시정비사업 수주 6년 연속 1위이자 시공능력 2위인 현대건설이 맞붙어 자존심 대결을 펼쳐온 곳이다.
1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한남4구역 재개발조합은 18일 오후 총회를 열고 조합원(1166명) 투표를 통해 시공사를 선정한다. 조합원 과반수 출석에 과반 득표를 한 업체가 시공권을 따낸다.
삼성물산 한남4구역 제안 조감도. 삼성물산 제공
한남4구역은 서울 용산구 보광동 일대를 재개발해 지하 7층~지상 22층 51개 동, 2331가구(공공 350가구)를 짓는 프로젝트다. 조합이 제시한 예상 공사비만 1조5723억원에 달한다. 한남 재개발 5개 구역(1구역은 정비구역 해제) 중 위치와 분양물량 등을 고려할 때 사업성이 가장 좋다는 평가를 받는 곳이다.
지난해 11월 18일 조합에 입찰 제안서를 낸 두 업체는 그동안 “전사적 역량을 총동원했다”고 할 만큼 혈투를 벌였다. 최고경영자(CEO)들이 이례적으로 직접 조합원들을 만나 표를 호소할 정도였다. 단지 내 강남 유명 학원·병원 유치 등 지방선거 때나 나올만한 파격적인 제안까지 등장했다.
두 업체는 ‘조합원 이익 극대화’를 내세우며 표심 잡기에 공을 기울였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제시한 총공사비는 각각 1조5695억원, 1조4855억원이다. 모두 조합이 제시한 금액보다 낮다. 공사 시간은 현대건설이 총 49개월(본공사 43개월), 삼성물산이 57개월(본공사 48개월)을 제안했다.
또한 삼성물산은 조합원 100% ‘한강 조망권’ 보장, 최저 이주비 12억원 보장, 조합원 분담금 최장 4년 유예를 제안했다. 현대건설은 미분양 시 100% 대물 변제, 조합원 이익을 위한 책임 준공 등 5대 확약서를 제출하면서 맞불을 놨다.
시공사 선정일이 다가오면서 상호 비방전도 가열됐다. 두 업체는 세 차례 열린 현장 설명회에서 상대방의 제안과 설계를 흠집 내는 데 주력하는 등 혼탁 양상을 보였다. 막판 판세는 ‘박빙’이라는 게 중론이다.
일각에선 ‘승자의 저주’ 우려도 나온다. 두 업체가 제살깎기식 출혈 경쟁을 벌인 만큼 수주전에 승리하더라도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한 대형 건설업체 임원은 “거의 모든 정비구역은 공사비가 예상보다 초과 발생한다”며 “향후에 조합과 수주한 시공사 간에 공사비 증액에 따른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정비업계 관계자는 “한남4구역을 수주한 업체가 향후 이어지는 압구정·여의도·성수 등 대형 정비사업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는 있겠지만, 과잉 경쟁을 한 만큼 나중에 수익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전했다.
김태윤 기자 pin2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