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윤석열 대통령 측 법률대리인단은 “김 대령이 공수처의 강요·강압에 어쩔 수 없이 공문에 직인을 찍었다”며 해당 공문을 ‘셀프 승인 공문’, ‘위조 공문’으로 규정했다. 김 대령이 실제 공문 내용조차 제대로 확인할 수 없었던 상황에서 직인이 찍힌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하지만 김 대령은 강압이 없었고, 공문 내용도 충분히 숙지했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김 대령은 공수처의 1차 체포영장 집행 때 봤던 공문이 직인을 찍은 공문과 내용이 유사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군 당국과 김 대령의 증언을 종합해 당시 상황을 재구성하면 공수처·경찰·국방부 조사본부 인원으로 구성된 5명의 공조본 관계자는 지난 14일 오후 2시 무렵 국방부 서문 민원실로 김 대령을 찾아왔다. 1차 체포영장 집행 상황에 대해 보충 조사가 필요하다는 게 방문 목적이었다. 이 자리에서 공조본 관계자는 해당 공문을 꺼낸 뒤 김 대령에게 관인 날인을 요청했다.
김 대령은 날인에 앞서 수도방위사령부 법무장교로부터 법률 자문을 구했다. 그 결과 “적법한 영장 집행 과정에 협조하는 것이므로 날인은 가능하지만, 경호처의 최종 승인도 필요하다는 점을 전달해야 한다”는 조언을 받았다. 이후 김 대령이 부하에게 직인을 갖고 오라고 지시했고, 공조본 관계자가 김 대령 동의 하에 직인을 찍었다는 것이다. 국조본 관계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55경비단장은 군사기지법 상 보호구역 출입허가를 요청하는 공수처와 국수본의 각 공문을 충분히 열람하고 이해했다“며 ”공조본 수사관들이 있는 자리에서 상급부대 법무담당자와 통화해 ‘적극 협조하겠다‘는 답변을 얻어 이를 허가했고, 이 과정에서 어떠한 압박 또는 강압은 없었다“고 말했다.
실제 김 대령은 “‘군사보호시설 출입 허가’라는 내 권한에 한해서만 날인을 하는 것”이라며 “관저 인근이 국가보안시설 및 경호구역으로도 지정돼 있는 만큼 최종 승인은 경호처에 있다고 본다”고 공조본 관계자에게 수차례 설명했다. 이어 사무실로 돌아와 해당 공문이 전자 공문 형식으로도 수신된 것을 확인한 김 대령은 오후 4시가 넘어 “경호처의 추가적인 승인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다시 한 번 확인해 회신 공문을 보냈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도 지난 16일 정례브리핑에서 “55경비단장은 관저 외곽 경호 담당 부대의 지휘관은 자신이 맞다는 취지에서 관인 날인에 동의한 것”이라며 “경비단장 동의 하에 날인이 이뤄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만 군 안팎에선 김 대령의 동의에 따른 것이었다고 하더라도 공조본 관계자의 대리 직인을 놓고는 위법 소지를 따져볼 여지가 적지 않다는 시각이 있다. 적법한 위임 절차 없이 55경비단장의 직인을 공조본 관계자가 무단으로 찍은 것이라면, 공조본 측이 출입 승인이라는 목적에 매몰돼 절차적 합법성을 꼼꼼히 따지지 못한 게 될 수 있다.
군 관계자는 “공수처의 체포 영장 집행에 협조한다는 게 애초 국방부의 일관된 입장이었다”며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에 비협조적인 경호처를 압박하기 위해 55경비단장의 출입 허가 의사가 필요했다는 공수처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매끄럽지 않은 일처리에 군이 또 한 번 상처를 입은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