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의 백악관 복귀가 임박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20일(현지시간) 워싱턴DC의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열리는 취임식을 거쳐 제47대 미국 대통령에 정식 취임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017년 1월 20일 제45대 대통령에 취임하며 선서를 하고 있다. 오른쪽은 부인 멜라니아 여사. 로이터=연합뉴스
이번 취임식은 2017년 1월의 첫번째 취임식보다 성대하게 치러질 전망이다. 이미 취임식 준비에 돈이 몰리고 있다. WSJ는 14일 “취임식 준비를 위해 지금까지 모금된 금액은 2억 달러(약2900억원) 이상이며, 8년 전 모금액(1억700만 달러)의 두배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와 멜라니아 여사는 취임식 당일 가장 먼저 ‘대통령의 교회’로 불리는 세인트존스 성공회 교회에서 예배를 드린다. 2017년 취임 당시에도 트럼프 부부는 관례에 따라 백악관 블레어 하우스에서 하룻밤을 묵은 뒤 세인트존스 교회 예배로 첫 일정을 시작했다.
이후 트럼프는 JD 밴스 부통령 당선인과 함께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티타임을 가진 뒤 의사당으로 이동한다. 취임식은 워싱턴을 상징하는 워싱턴기념탑과 마주한 의사당 서쪽 계단에서 열린다.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식을 앞두고 있는 15일 미 워싱턴 DC 연방의회 의사당의 서쪽 계단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취임식엔 관례에 따라 미국의 전직 대통령·부통령 내외, 상·하원 의원들, 대법관들이 주요 인사로 참석한다. 다만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아내 미셸 오바마는 이번 취임식에 불참한다. 미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15일 “트럼프 부부가 4년 전 바이든 취임식에 불참하면서 관례가 깨졌다”고 짚었다. 트럼프는 부정선거 탓에 대선에서 졌다며 2021년 바이든의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고 자택이 있는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로 떠나버렸다.
이밖에 그동안 외국 정상이 참석한 전례가 없지만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 등이 트럼프의 초청장을 받고 취임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15일(현지시간) 미 워싱턴 DC 백악관 인근에 설치된 철제 펜스 너머로 미 대법원이 보인다. EPA=연합뉴스
백악관과 워싱턴기념탑이 있는 내셔널 몰 일대에는 취임식 안전을 위해 곳곳에 이미 철책이 설치됐다. 로이터통신은 15일 “30마일(약 48㎞) 길이에 이르는 7피트(약 2m) 높이의 검은색 펜스는 워싱턴에서 세워진 것 중 가장 긴 울타리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경호 인력만 2만5000명이 동원되는 등 보안 조치도 역대급이다. 워싱턴 상공 일대에 정찰용 드론(무인기)도 띄울 계획이다.
취임식엔 약 25만명의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각 상·하원 의원실을 통해 배포된 취임식 초청장만 약 22만장이다. 단 취임식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VIP 좌석은 1400여석 규모다. 대부분은 의사당에서 워싱턴기념탑까지 이르는 잔디광장에 설치된 좌석에 앉아 취임식을 지켜봐야 한다.
뉴욕타임스(NYT)는 “100만 달러(약 14억6000만원) 이상을 기부하면 받을 수 있는 취임식 VIP 티켓은 행사 정원이 꽉 찼기 때문에 판매가 중단됐다”고 보도했다. 이들에겐 VIP 좌석에서 취임식을 관람하고 대통령(19일) 및 부통령(18일) 만찬에 참석할 기회가 주어진다.
도널드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식을 앞두고 15일(현지) 미 워싱턴 DC 내셔널몰 일대에 의자들이 빼곡히 놓여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한국에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과 지난달 트럼프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의 초청을 받아 트럼프를 만난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등이 참석한다. 현대자동차가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취임식에 100만 달러를 처음 기부했지만 정의선 회장은 참석하지 않는다.
취임식을 마친 트럼프는 의사당 내 '대통령의 방(President’s room)'에서 서명 행사를 거친 뒤 의회 합동위원회 오찬을 갖는다. 이후 군을 사열하고 군 호위대와 함께 워싱턴을 가로지르는 펜실베이니아 애비뉴를 따라 2.7㎞ 길이의 카퍼레이드를 펼친 뒤 백악관에 입성한다.
트럼프는 그간 공언한대로 취임 첫날 무더기로 행정명령을 처리할 가능성이 높다. AP통신은 “트럼프가 취임 첫날부터 국경 장벽 완공과 불법 체류자 추방 등을 포함해 100여 건에 달하는 행정명령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2017년 1월 20일(현지시간)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워싱턴에서 열린 취임식 당일 무도회에 참석한 모습. AP=연합뉴스
8년 만에 부활한 무도회 일정은 취임식의 대미를 장식한다. 4년 전엔 코로나19 등의 여파로 오찬과 무도회 등이 생략됐었다. NYT에 따르면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도 별도의 무도회를 주최할 것으로 보인다. 신문은 “저커버그는 취임식 당일 ‘블랙타이 리셉션(만찬 무도회)’을 여는 네 명의 주최자 중 한 명”이라며 “저커버그가 정치적 사건에 자신의 이름을 붙이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는 이날 총 3곳의 무도회에 들러 연설할 예정이다.
취임식 전날부터 다양한 무도회가 개최된다. 트럼프 부부는 8년 전과 마찬가지로 워싱턴의 대형 철도역인 유니온 스테이션에서 19일 촛불 만찬을 주최한다. 이 밖에도 보수성향 팟캐스트 진행자인 찰리 커크의 취임식 전야 무도회에 트럼프 주니어와 비벡 라마스와미 정부효율부(DOGE) 공동수장이 참석하고,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지명자는 ‘히스패닉 무도회’ 주최자 중 한 명이라고 WSJ는 전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