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극 배우, 치매母 요양원 방치 의혹…"밀린 병원비 1300만원"

사진 SBS '궁금한 이야기 Y' 캡처

사진 SBS '궁금한 이야기 Y' 캡처

 
사극 전문 배우로 잘 알려진 한 배우가 치매를 앓고 있는 80대 노모를 요양원에 방치하고 연락이 두절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7일 방송된 SBS 시사·교양프로그램 '궁금한 이야기 Y'에 따르면 배우 A씨의 어머니 B씨(89)는 치매를 앓고 있는 상태로 폐업을 앞둔 요양원에서 지내고 있다. 

이 요양원은 경영난으로 올해 초 폐업이 결정돼 입소자들이 거처를 옮겨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B씨 가족과는 지난해부터 연락이 되지 않고 있다. 요양원 입원비도 약 1300만원 밀린 상태였다. 

요양원장은 "밀린 입원비가 문제가 아니다. 금액이 문제였으면 1300만원이 밀릴 때까지 저희가 모시고 있지 않았다"며 "어르신 거처가 문제"라고 걱정했다.

요양원장은 오랫동안 교직에 몸담았던 B씨의 앞으로 연금이 나오는데 통장을 아들이 가지고 있어 국가 보호도 못 받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사진 SBS '궁금한 이야기 Y' 캡처

사진 SBS '궁금한 이야기 Y' 캡처

 
B씨의 아들 A씨는 1980년대 초반 공채탤런트로 데뷔한 배우다. 한때 사극에서 사망 전문 역할로 얼굴을 알렸다. B씨는 제작진에게 아들 사진을 보여주며 "탤런트"라고 자랑하기도 했다. 

동료 배우 이창훈은 A씨에 대해 "당시 꽤 인지도가 있었다"며 "'언제 같이 일해야지' 했는데 사실 주인공은 한 명이라 같이 못 만난다는 그런 농담도 했었다"고 말했다. 

B씨는 그런 아들의 전화를 기다렸다고 한다. B씨가 살던 자택 근처에서 음식점을 하던 사장은 "(B씨가) 저기 서서 아들 올 때까지 계속 전화했다"며 "지나가는 사람들 붙들고 '아들한테 전화 좀 해달라'고 했다"고 회상했다. B씨는 요양원에서도 아들의 휴대전화 번호를 잊지 않기 위해 곳곳에 적어두고 휴대전화 충전도 수시로 했다고 한다. 

B씨는 아들이 미국에 있다고 했지만, A씨는 국내에 머무르고 있었다. 

배우로서 활동을 멈추고 요식업 사업가로 변신한 A씨는 사업 실패로 빚을 떠안은 것으로 전해졌다.

A씨의 한 지인은 "(A씨가) 해물탕 사업을 했는데 처음에 잘 됐었다. 하지만 사업이 실패하면서 거액의 빚을 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옛날에 자신이 탤런트였다는 것 못 내려놓더라"며 "막노동이나 일용직이라도 가야 하는데 허리가 좀 안 좋았다. 그러다 화장품류, 의료기 개발 사업한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이후 뒤늦게 제작진과 연락이 된 A씨는 어머니를 방임한 게 아니라고 해명했다. 

A씨는 "밀린 요양비를 해결하려 백방으로 알아보느라 연락을 못 드렸다"며 "제가 공황장애와 우울증이 와서 사람들과 소통을 잘 못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밀린 병원비는 매월 조금씩이라도 상환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B씨는 제작진 도움을 받아 새 보금자리를 찾은 상태다. 

노인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통장을 재발급해 공무원 연금이 그쪽으로 들어올 수 있게끔 조치할 것"이라며 "학대 여부 판정을 한 후 경찰에 수사 의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