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육사를 마치고 육본 정보국에 배치돼 박 대통령을 만났던 1949년 6월, 박정희 문관의 첫인상은 ‘조그맣고 새카만 분’이었다. 대통령은 자신의 작은 키를 농담의 소재로 삼곤 했다. 70년대 중반 내각에 박 대통령보다 키가 작은 사람으로 김용환 재무장관이 있었다. 대통령은 사람들이 모여 있을 때 김 장관을 자기 옆으로 부르기 일쑤였다. 그러면서 서로 키를 견주는 동작을 한 다음, “자, 봐. 김 장관이 나보다 작지?” 하면서 씩 웃으면 분위기가 쾌활하게 바뀌었다.
🔎 인물 소사전: 김용환(1932~2017)
박 대통령은 골프를 좋아했는데 필드에 나갈 때 자외선 방지용 선크림을 유난히 많이 발랐다. 나는 그럴 때마다 ‘까무잡잡한 그 살갗에, 바르나 안 바르나 똑같은 것 아닌가’라며 혼자서 웃곤 했다.
박 대통령은 골프를 정확하게 또박또박 치는 스타일이었다. 골프라는 게 마인드 컨트롤이 중요해서 잘나갈 때 흥분하지 않고 안 나갈 때 자기 감정에 사로잡히지 않아야 한다. 박 대통령은 18홀 내내 공을 자로 잰 듯이 반듯하게 맞춰 쳤다. 공이 날아가는 거리에 과욕을 부리지 않았다. 대통령은 보기 플레이어(90타 전후)였다. 대통령은 골프를 할 때 돈내기를 하지 않았다. 내기 자체를 싫어했다. 화투조차 쳐본 적이 없다. 농한기 때 농민들이 심심풀이 화투를 치면서 게으름과 퇴영적인 정신세계에 빠져드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했다.
운동은 즐거운 마음으로 스트레스를 안 받아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었다. 골프장의 잔디를 밟으면서 신선한 공기를 호흡하며 자연경관을 감상하는 것을 좋아했다. 그린에 공을 올린 뒤에는 고개를 푹 숙이고 홀을 겨냥해 요리조리 신경 쓰는 퍼팅은 싫어했다. 홀 마감을 ‘온 그린’ 후 제2타로 끝내는 게 박 대통령의 골프 스타일이었다. 그렇다 보니 대통령의 퍼팅 실력은 늘지 않았다. 막내 외아들 지만이는 청소년 시절 박 대통령, 나와 함께 골프를 친 적이 종종 있었다. 아들이 그린에서 한 번에 공을 홀컵에 집어넣자 박 대통령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야, 지만이가 골프 신동이네”라며 좋아했다.
대통령은 사전에 팀을 짜서 골프장에 나가는 일이 별로 없었다. 파트너가 대통령에게 억지로 끌려왔다는 느낌을 갖는 걸 원치 않았다. 골프장에 도착해 그날 운동하러 온 사람들 명단을 죽 훑어본 다음 아는 사람들을 찾아 동반자로 초청하는 방식을 선호했다. 단골 골프장은 뉴코리아, 서울, 뉴관악, 태릉 군골프장이었다. 클럽하우스에선 막걸리와 사이다를 섞어 만든 ‘막사이다’를 즐겼다.
(계속)
그러던 60년대 어느날, 박종규 경호실장이 술에 만취해 청와대 본관 앞에서 “야, 박정희 나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일이 생겼습니다.
박 대통령은 뜻밖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어지는 내용은 아래 링크를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21778
박정희에 “야, 너두 죽어봐”…김재규 발작증 끝내 터졌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20691
JP 빤히 보던 관상가 백운학…대뜸 외쳤다 “됩니다, 혁명!”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80630
박정희와 죽자고 혁명했다…5·16 설계자, JP의 고백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74657
“박정희 경호 보니 끝 보인다” 日재계 거물이 본 섬뜩 장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175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