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교수 폭행 없었다'는 SNS 글은 허위"…서거석 전북교육감 항소심 벌금 500만원

21일 전주지방법원 1층 로비에서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돼 항소심에서 당선 무효에 해당하는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은 서거석 전북교육감이 취재진에게 "재판부 판단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상고해 실체적 진실을 밝히겠다"고 밝히고 있다. 최기웅 기자

21일 전주지방법원 1층 로비에서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돼 항소심에서 당선 무효에 해당하는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은 서거석 전북교육감이 취재진에게 "재판부 판단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상고해 실체적 진실을 밝히겠다"고 밝히고 있다. 최기웅 기자

항소심 “쌍방 폭행 인정”…무죄 선고한 원심 파기

12년 전 전북대 총장 재직 시절 불거진 ‘동료 교수 폭행 의혹’을 선거 과정에서 부인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서거석(70) 전북교육감이 항소심에서 당선 무효에 해당하는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제1형사부(부장 양진수)는 21일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이하 교육자치법) 위반 혐의(허위사실 공표)로 기소된 서 교육감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 일부를 뒤집고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2022년 12월 2일 기소된 지 2년 1개월 만이다. 검찰은 벌금 300만원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여러 객관적 간접 사실과 정황 등을 종합해 보면 이 사건 피고인(서 교육감)과 이귀재 사이에 쌍방 폭행이 있었다는 점은 충분히 인정된다”며 “그런데도 피고인은 선거에서 당선될 목적으로 (2022년 5월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동료 교수에게 폭력을 행사한 사실이 전혀 없다’는 허위 글을 작성·게시했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2022년 4월 26일, 5월 6일, 5월 13일 TV토론회에서 서 교육감이 한 발언에 대해선 “전체적으로 천호성(상대 후보)이 제기한 의혹의 대상(동료 교수와 주먹다짐)이 되는 사실이 없다는 것에 그친다”며 1심처럼 무죄로 봤다. “토론회 주제나 맥락과 관련없이 일방적으로 허위 사실을 드러내 알리려는 의도에서 적극적으로 허위 사실을 표명한 것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허위사실 공표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2020년 대법원 판례를 인용했다.

서거석 전북교육감이 2022년 5월 23일 본인 페이스북에 올린 글. 서 교육감 페이스북 캡처도내 교육·시민단체로 구성된 전북 교육개혁과 교육자치를 위한 시민연대가 지난 14일 전주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판부는 폭행 사실을 부인하고 은폐한 서 교육감에게 엄벌을 내려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귀재, 총장 선거 도움 받을 목적으로 위증”

폭행 의혹 사건은 2013년 11월 18일 오후 8시쯤 전주 한 식당에서 당시 전북대 총장이던 서 교육감이 ‘총장 선거에 출마하지 말라’며 같은 대학 이귀재 생명과학부 교수 뺨을 양손으로 세 차례 때리고, 이 교수도 머리로 서 교육감 얼굴을 들이받았다는 게 핵심이다. 2022년 6·1지방선거 당시 서 교육감이 TV토론회와 소셜미디어(SNS) 등에서 “어떠한 폭력도 없었다”고 부인하자 경쟁 후보인 천호성 전주교대 교수가 검찰에 고발하면서 다시 불거졌다.


이 교수는 경찰 수사 초기 “서 교육감에게 폭행당했다”고 했다가 검찰과 법정에선 “기억나지 않는다” “묵직한 것에 부딪혔다”고 말을 바꿨다. 이에 1심 법원은 2023년 8월 “이 교수 발언을 믿을 수 없다”며 서 교육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이 교수가 위증 혐의로 구속 기소돼 대법원에서 징역 10개월이 확정된 게 서 교육감 항소심 선고에 영향을 미쳤다. 이 교수는 2023년 3월 24일 서 교육감 1심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서 교육감으로부터 폭행당한 사실이 없다”고 허위 증언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이 교수)은 자신이 출마하는 국립대 총장 선거에서 서거석 측 도움을 받을 목적으로 기자회견을 하는 등 (위증에) 적극 관여했다”며 “법정에서 할 증언을 변호사와 연습하는 등 치밀하게 준비한 데다 그 대가로 제3자가 운영하는 회사를 통해 경제적 이익을 수수하고자 했던 정황까지 드러났다”고 판시했다. 이후 검찰은 이 교수에게 위증을 교사·방조한 혐의로 서 교육감 처남과 이 교수 전 변호인 등 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허위사실 공표)로 항소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은 서거석 전북교육감이 21일 선고 직후 전주지방법원 1층 로비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허위사실 공표)로 항소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은 서거석 전북교육감이 21일 선고 직후 전주지방법원 1층 로비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서 교육감 “상고해 진실 밝히겠다”

서 교육감은 재판 내내 “이 교수 증언은 당시 현장 상황에 비춰 앞뒤가 맞지 않고 신빙성이 없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폭행한 사실은 교육감 선거 과정에서 천호성의 의혹 제기로 가장 중요한 쟁점으로 부상했고, 그 진위에 따라 교육감에 당선되는 데 큰 영향을 미칠 사안이었다”며 “인터넷상 SNS를 이용해 허위 사실을 공표하는 것은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전파성이 큰 경우로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정한 양형 기준 중 특별 양형 인자인 가중 요소에 해당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교수가 서 교육감 항소심 법정에 다시 나와 실제 폭행이 있었다고 자백한 점을 주요 근거로 댔다.

재판부는 서 교육감이 SNS에 올린 글이 교육감 선거에 큰 혼란을 줬고, 선거인의 합리적 선택·판단에 적지 않은 장애를 초래했다고 판단했다. 특히 “전북 교육에 관한 사무를 총괄하면서 도내 수많은 학생의 성장과 미래를 기획하는 최고 책임자인 전북교육감을 선출하는 선거였다는 점에서 과거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기보다 동료 교수 폭행 의혹을 제기한 상대 후보자를 허위사실 공표죄로 고소하고, 자신으로부터 폭행 피해를 입은 이귀재를 일방적 폭행 가해자라고 주장하며 범행을 극구 부인하는 등 범행 후 정황도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교육자치법 49조는 교육감 선거와 관련해 공직선거법을 준용하고 있어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서 교육감은 직위를 잃는다. 선고 직후 서 교육감은 “재판부 판단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상고해 실체적 진실을 밝히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