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민주당 하락세 국민 기대 못미친탓, 총대 메라면 메겠고…" [뉴스메이커]

김부겸 전 총리 - 사실상 대선 출사표 던지다

4선 의원과 행정안전부 장관을 거쳐 문재인 정부에서 1년간 총리를 지낸 김부겸 전 총리는 ‘이재명 1극’ 체제가 견고한 민주당에서 숨 죽여온 비명계의 구심점이 될 핵심 잠룡으로 꼽혀왔다. 그런 그가 “총대를 메라면 메겠다”는 말로 대권 출마 의사를 드러내 주목된다. 임현동 기자

4선 의원과 행정안전부 장관을 거쳐 문재인 정부에서 1년간 총리를 지낸 김부겸 전 총리는 ‘이재명 1극’ 체제가 견고한 민주당에서 숨 죽여온 비명계의 구심점이 될 핵심 잠룡으로 꼽혀왔다. 그런 그가 “총대를 메라면 메겠다”는 말로 대권 출마 의사를 드러내 주목된다. 임현동 기자

“국민이 원하는 건 오로지 국정 안정과 민생 회복인 상황에서 총대를 메라면 메겠고…”

문재인 정부에서 마지막 국무총리를 지낸 김부겸 전 총리를 20일 만났다. 그는 “조기 대선이 치러지면 출마할 건가”란 질문에 “총대를 메라면 메겠고 도울 게 있다면 돕겠다”고 답했다. 에두른 표현에다 사족을 달긴 했지만 사실상 대선 출마 의사를 드러낸 언급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측근은 전했다. ‘이재명 1극 체제’인 민주당에서 비명계 잠룡 가운데 차기 대선과 관련해 처음 목소리를 낸 김 전 총리는 “여론이 이렇게 요동칠 줄 몰랐다. 김대중·노무현·문재인 대통령 시절 민주당을 기억하는 사람으로서 그들이 민주당의 생명을 다양성과 포용에 뒀던 사실을 얘기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대통령 처신에 분노…야당도 교만은 안돼
이재명 나름 지지 있지만 ‘어대명’ 불투명
위기시엔 나같은 ‘경계인’이 필요할 수도
대선 먼저 치르되 ‘개헌 시점’ 못 박아야
 
“윤 지지 상승? 남은 이들 잘하란 질책”

윤석열 대통령이 구속됐습니다.
“현직 대통령이 구속된 건 세계적으로 처음이라면서요. 그 비극은 안타깝지만, 윤 대통령은 ‘법적·정치적 책임을 피하지 않겠다’는 공언을 지키지 않았고 경호처와 공수처가 충돌 직전까지 가게 만드는 등 공동체를 생각하는 모습도 보여주지 않았어요. 국가 최고 지도자로서의 처신이 전혀 아니기에 대단히 화가 났습니다.”
 

그런데 8년 전과 달리 여당 지지율이 야당에 뒤지지 않습니다.
“저도 놀랐습니다. 여권이 국민의 사랑을 받은 결과는 아닐 겁니다. 결국 원내 제1당으로 정국을 책임져 온 민주당이 국민의 기대에 못 미쳤다는 점이 (지지율에) 반영됐다고 봐야겠죠. 또 정치권 전체에 대한 질책도 깔려 있다고 봅니다. (대통령 지지율이 오른 건요?) 구속과 함께 무대에서 퇴장하는 인물로 국민이 여기시는 것 아닐까요? (그런데도 지지율이 오른 이유는요?) ‘무대 위에 남은 사람들이 제대로 하라’는 질책이라 봅니다.”
 


이재명 대표 체제는 지지율이 박스권인데다 사법리스크 탓에 붕괴하리란 관측도 있습니다.
“나름의 지지층이 있어 그럴 정도는 아닐 겁니다. (이재명 ‘1극 체제’에 대한 비판은 분명 있지 않나요?) 그런 비판을 받는다면 그건 고쳐야죠. 이재명 고정 지지층에다 다양성·민주성 등 민주당의 역량을 추가해야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겠죠. 지금 민심의 기류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가 분명히 있잖아요. 그 부분은 고민을 해야죠.”
 

민주당이 고민할 대목의 하나가 줄탄핵과 ‘카톡 검열’ 논란 등 폭주가 아닐까요.
“그런 것들이 다 일종의 교만인 것처럼 보이는 거 아니에요. ‘한덕수 총리 탄핵은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비판 받았지만, 국민에겐 국정 안정이 제일 중요하잖아요. 집이 양평이라 서울 광화문에서 밤 8시~9시 버스로 귀가하다 보면 종로에 사람들이 안 보이고 상가는 어두컴컴해요. 민주당은 속히 여권과 논의해 추경을 편성해야 해요.”
 

여권 지지율 상승은 ‘이재명 포비아’ 때문이란 분석도 있는데요.
“위기의 근본은 대통령이 민주주의를 뒤흔든 탓입니다. 다만 그 상황에서 국민은 민주당이 원내 1당으로 어른스럽게 대응하길 바랐는데 (못했으니) 경고장을 준 거라 봅니다. 그걸 ‘이재명 포비아’로 해석하는 건 타당하지 않아요. (민심이 민주당에 경고장을 줬다면, 당 대표인 이재명을 견제한 것으로 볼 수 있지 않나요?) 그 판단은 국민이 하실 것이고, 결국 이 대표와 지도부가 더 고민해야겠죠. 이 정도 하겠습니다.”
 

한 여론조사(리얼미터)에선 ‘정권 교체’보다 ‘정권 연장’ 응답이 더 많은 결과도 나왔는데요.
“분명히 (민심에) 일종의 트렌드(흐름)가 있다고 봅니다. 그만큼 민주당이 자신을 되돌아보고 정책과 태도를 심각히 고민하며 변화해야 하겠죠.”
 

이 대표 지지율이 낮은 이유는 재판 지연 ‘꼼수’ 논란 탓도 있어 보이는데요.
“그것은 법원이 판단하게 하십시다. (재판 지연은 법원 탓이 아니라 이 대표 측의 ‘침대 전술’ 탓 아닌가요?) 그 점에 대해선 여러 비판이 있다는 걸 이 대표도 알 테니 앞으론 본인이 성실하게 대응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윤 지지 2030, 민주당이 포용했어야”

20·30대 청년층에서 여당 지지율이 높은 것도 눈에 띄는데요.
“무한경쟁과 취업난 등 팍팍한 삶에 대한 잠재된 분노가 있을 거예요. (그러면 정부·여당 대신 야당을 지지하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나요?) 국난 상황에서 민주당이 좀 더 유연하게 그들을 포용하는 모습을 보였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면 그 화두는 뭘까요.
“국정의 정상화죠. 지금 나라는 내분을 넘어 내전이 될 판입니다. 대한민국이란 공동체가 우리만 살고 갈 곳은 아니잖아요. 또 국제 사회가 얼마나 냉혹합니까. 다음 세대에 물려줄 대한민국이라면 최소한의 합의된 틀이 있어야죠. 국민께서 상대를 악마화하는 극단적 증오에서 한발씩 양보하는 것만이 답이라고 봅니다.”
 

조기 대선에서 민주당은 ‘어대명’(어차피 대선후보는 이재명) 아닐까요?
“단정적으로 얘기할 게 아닙니다. 아직 당내의 다른 사람들(대선 주자들)이 비전을 내놓은 게 없잖아요. (비전을 내놓으며 출전할 후보들이 있다는 얘기 같은데, 누구인가요?) 언론에서 거론하는 사람들이 있지 않습니까? 제가 이름을 거명하는 건 좀 그렇지만요. (본인은 대선에 출마할 뜻이 있으신가요?) 지금 국민에 가장 필요한 건 국정 안정화와 민생 회복입니다. 이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저에게 주어진 일을 마다치 않겠습니다. 총대를 메라면 멜 것이고, 누구를 도우라면 도울 것이고….”
 

계엄사태로 확인된 ‘87년 체제’의 문제점을 개헌을 통해 고치자고 주장했는데요.
“대통령이 ‘계엄’ 한미디로 헌정 질서를 중지시킬 수 있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습니다. 유신의 잔재죠. 제왕적 대통령 한명의 리스크가 온 국민에게 고통을 주지 않았습니까? 어떻게든 개선해야죠. 다만 일각의 ‘선 개헌, 후 대선’론은 불가능합니다. 시간이 촉박한데다 권한 대행 정부가 개헌을 끌고 가기 어렵고 여당이 개헌을 주장해도 야당이 호응 안 하고 있지 않나요.”
 

지지율 1위 이재명 대표를 둔 민주당은 현행 대통령 권력을 유지하고 싶은 게 아닐까요.
“한 정당의 의지만으로 결정될 문제는 아니죠. 최소한 그분(이재명)이 대선에 나온다면 개헌의 시점과 내용을 국민에 밝혀야 한다고 봅니다. (개헌의 적절한 시점은요?) 우리 헌법은 경성헌법, 즉 고치기 어려운 헌법이에요. 국민의 과반 참여를 끌어내려면 전국적 선거와 연계가 불가피할 거예요. (내년 6월 지방선거가 적기란 뜻인가요?) 그런 디테일까지 언급하기는 그렇습니다.”
 

국난 상황에서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2기 정권이 출범했습니다.
“우리에게 가장 시급한 위기가 외교·통상이에요. 트럼프는 취임하자마자 관세 인상을 밀어붙일 모양새인데 그러면 우리나라 올해 성장률은 0.2~0.3% 떨어질 만큼 힘든 상황이 될 겁니다. 또 트럼프는 방위비 분담금을 10배 늘릴 것이란 전망인데다 북한을 ‘핵보유국’이라 공언했으니 보통 (위기) 상황이 아닙니다.”
 

우리도 핵무장 해야 한다는 주장이 더욱 힘을 얻게 되지 않을까요.
“무역국가인 우리에게 핵무장론은 현실성이 없어요. 미국의 핵우산으로 (안보)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맞습니다. (핵무장이 안된다면 잠재적 핵 능력이라도 강화해야 하지 않을까요?) 새 정부에서 그 문제가 검토돼야 하겠죠. 어떤 정권도 국민을 보호하는 조치를 하지 않는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하지 않을까요? 이 정도만 하겠습니다.”
 
이재용 “도와주니 힘난다” IT 무료 교육

4·10 총선 당시 민주당 선대위원장을 맡았지만 ‘들러리’에 그쳤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그때만 해도 당이 공천 후유증 탓에 어려워서 절 부른 거 아닌가 합니다. 위원장 맡았을 때 공천은 끝난 단계라 뒤집을 수 없었지만, 비호감 후보들에 대해선 문제를 제기했어요. 그런데 (이재명) 대표가 ‘알겠지만 후보를 바꿀 상황은 아니다’고 해서 그대로 갔죠. (공천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부분에 대해선 (의원) 본인들도 알고, 의식하고 있다고 봐요.”
 

총리 시절 보람 있었던 일은요.
“(총리로서) 분명히 한 게, ‘경제가 살려면 성장에 대한 확고한 비전을 가져야 한다’는 거였죠. 기업인들 만나 ‘우리 정부가 (민주당이라고) 지나치게 의심하지 말라. 우리도 기업이 성장하길 바란다’고 했더니 ‘기업 옥죄는 법 제발 자제해달라’고 해서 응낙하고 정책에 반영한 끝에 일자리 7만개를 늘렸어요. 삼성 이재용 회장은 ‘정부가 이렇게 도와주면 기업이 힘이 난다’며 청년 수천 명에게 IT 교육을 무료로 시켜줬고 고용도 해줬어요.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매주 독대해 국정 협의를 했는데 저한테 재량권을 많이 줬습니다.”
 

계파가 없는 정치인이란 평을 들어왔는데요.
“그래선지 어떤 분들은 저를 ‘경계인’이라고 하시는데, 저는 ‘정치는 공존과 화합 만이 답’이란 주장을 줄기차게 해왔어요. 당장은 미지근하고 맛이 없겠지만 공동체가 정말 위기인 시점에선 저 같은 사람도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자부심으로 정치를 하고 있습니다.”
강찬호 논설위원

강찬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