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국가비상입법기구 관련 예산 편성하란 쪽지를 기재부 장관에게 준적이 있냐”고 묻자, 윤 대통령은 “저는 준 적도 없고, 나중에 계엄 해제한 후에 한참 있다가 언론에서 이런 메모가 나왔다는 기사를 봤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이걸 만들 수 있는 사람은 (김용현) 국방부 장관밖에 없는데, 그때 국방부 장관이 구속돼 있어서 구체적으로 확인을 못 했다. 내용을 보면 자체가 모순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의 발언은 지난달 13일 최상목 권한대행의 국회 현안질의 설명과 배치되는 내용이다. 최 권한대행은 당시 “윤 대통령이 저를 보시더니 ‘참고하라’고 말했고, 옆에 누군가가 저에게 자료를 하나 줬다”고 밝혔다. 최 대행은 지난 달 17일에도 비상입법기구 예산 쪽지와 관련, “(대통령 곁) 실무자가 저에게 준 참고자료였다. 수사 기관에 제출했다”고 국회에서 말했다.
해당 쪽지는 “조속한 시일 내에 예비비를 확보하고 국회에 각종 자금을 끊어라”, “국가비상입법기구 관련 예산을 마련하라”는 내용으로 12·3 비상계엄의 국헌문란 목적성을 가를 핵심 증거로 꼽힌다. 내란죄는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자”(형법 제87조)에게 적용되는 목적범죄다. 이 때문에 김용현 전 장관의 공소장에서도 쪽지가 중요하게 다뤄졌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대통령 윤석열은 기획재정부장관 최상목에게 미리 준비해 두었던 비상계엄 선포 시 조치사항에 관한 문건도 함께 건네줬다”며 “국회를 무력화시킨 후 별도의 비상 입법기구를 창설하려는 의도가 확인됐다. 국헌 문란의 목적이 인정된다”고 썼다.
지난 18일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 차은경 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가 윤 대통령에게 던진 유일한 질문도 “비상입법기구란 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인가”라는 내용이었다. 윤 대통령은 당시 “(쪽지는) 김용현이 쓴 것인지 내가 쓴 것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고 답했다.
尹 “국회의원 끌어내라 지시한 적 없다…선거 공정 의문”
이 역시 두 사령관의 증언, 검찰 조사 결과와 엇갈리는 주장이다. 이들 공소장에는 “윤 대통령이 두 사령관에게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라. 문짝을 도끼로 부수고서라도 안으로 들어가서 다 끄집어내라’라고 지시했다”는 대목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군인들이 본청사에 진입했으나 직원들이 저항하니 스스로 나오지 않았냐. 만약 막았다면 그건 정말 뒷감당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는 주장도 펼쳤다. “국회 의결이 막거나 연기한다고 막아지는 일이 아니다. 국회가 국회법에 딱 맞지 않는 신속한 결의를 했지만 그걸 보고 바로 군을 철수시켰다”는 것이다.
尹 "부정선거 음모론 아니라 팩트 확인 차원"
국회 측은 “증인들이 윤 대통령 앞에서 진술하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윤 대통령 퇴정 다음 하거나 가림막 설치 후 이뤄지도록 해달라”고 재판부에 건의했다. 재판부는 “평의를 통해 결정하겠다”고 했으나 윤 대통령은 “직무 정지 상태라 어떤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고, 이 사건을 제일 잘 아는 사람은 대통령 저 자신”이라며 “그런 주장은 일어나선 안 된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