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 베라 미국 연방 하원의원
대통령 취임 첫날부터 몰아친 ‘트럼프 스톰’의 충격파가 크다. 미국 의회의 대표적인 ‘지한파’ 아미 베라 연방 하원의원(민주당ㆍ캘리포니아)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출범식을 바라보며 든 느낌을 풀고 트럼프 2.0이 그려나갈 미래를 조망해 본다. 중앙일보가 21일(현지시간) 베라 의원과 진행한 화상 인터뷰를 재구성했다. 베라 의원은 하원 외교위원회 산하 동아시아태평양소위 위원장을 맡았고 지한파 의원 모임인 ‘코리아 코커스’ 공동의장을 지내는 등 한반도 이슈에 정통하다.
미국 대통령 취임식은 만인에게 개방된 축제 중 축제다. 수십 년 취임식을 봐온 내게도 새 대통령이 최상위 억만장자들에 둘러싸인 모습을 현장에서 보는 건 초현실적인 경험이었다. ‘이들은 뭘 하려는 걸까’ ‘트럼프 대통령은 뭘 할 건가’ 취임식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은 생각들이다.
‘초갑부’ 2기 내각…1기와 가장 큰 차이
8년 전 트럼프 1기가 막 출발했을 때는 제임스 매티스 당시 국방장관처럼 전문성을 우선 고려한 전형적 인선이 꽤 많았다. 하지만 지금 그 자리를 대신한 피트 헤그세스는 이전 국방장관들과는 완전히 다른 인물이다. 억만장자 내각에서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똑똑히 지켜봐야 한다.
불합리한 행정명령엔 저항 뒤따를 것
이제 이런 일에 익숙해져야 할 것이다. 앞으로 4년 내내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식이 이럴 것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대통령을 도울 일은 돕겠지만 불합리한 행정명령에는 저항과 반발이 있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둔다. 취임하자마자 무더기로 쏟아내는 행정명령 중에선 반헌법적인 것들도 있어 논란을 부를 수밖에 없다.
김정은과 대화 원할 것…김 반응이 관건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전략을 가늠하긴 어렵지만, ‘화염과 분노’를 언급하며 한반도 긴장 수위를 최고조로 치닫게 해놓고도 3차례 북ㆍ미정상회담에 나섰던 집권 1기를 돌아보면 그가 다시 한번 김정은과 대화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문제는 김정은 반응이다. 김정은은 조건 없는 대화를 요구한 조 바이든 행정부와의 만남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트럼프에게는 어떨까. 관심이 있을까. 좀 더 시간이 지나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한·미동맹 항상 강해…앞으로도 그래야
그럼에도 한국은 여전히 민주주의가 굳건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민주주의 절차가 제대로 구현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 대목에서 정치인의 역할에 대해 강조하고 싶다. 정치인의 기본 덕목은 대화와 타협이다. 당 리더만 따르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 무엇이 최선인지 생각하고 이를 따라야 한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것이 타협과 조율 능력이다. 공화당 의원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다. 야당인 민주당이야 당연하겠지만, 여당인 공화당도 트럼프 대통령이 틀리면 “노”(No)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ㆍ미 동맹은 항상 강하다는 얘기를 빼놓을 수 없다. 우리는 늘 서로 의지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그래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1기 때 주한미군 철수를 거론하자 민주ㆍ공화 양당에서 초당적으로 반발했다. 트럼프 2기에서도 강력한 한ㆍ미 동맹을 위한 양당의 초당적 의지를 거듭 확인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