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 민간자문위원회가 비수도권 광역시·도 통합을 권고한 가운데 지난해 말 행정구역통합을 선언한 대전과 충남이 통합에 속도를 내고 있다.
23일 오후 대전충남 행정통합 민관협의체 관계자들이 충남도청 브리핑룸에서 이날 오전 열린 통합 2차 회의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대전·충남 행정통합 민관협의체(이하 민관협의체)는 23일 충남도청에서 제2차 회의를 열고 행정통합 비전(안)과 특별법(안), 홍보방안 등을 논의했다. 민관협의체는 통합자치단체 명칭을 ‘대전충남특별시’, 미래 비전으로 ‘대한민국 경제과학수도’를 제시했다. 대전의 첨단 과학기술과 충남의 산업 인프라를 결합, 미국의 실리콘밸리와 같은 거점으로 성장하겠다는 취지다.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3대 목표로는 시민 행복 증진과 국가 전략산업 진흥, 글로벌 혁신 거점 조성 등을 내놓았다. 지역 균형발전과 저출생·고령화 극복, 광역 교통망 구축, 내륙과 해안은 연결하는 문화·예술·관광, 대학·지역·산업 연계 혁신 플랫폼 구축, 해외 인재 유치 및 글로벌 정주도시 조성 등 12개 전략도 제시했다.
민관협의체는 통합자치단체가 대한민국 경제·과학 중심지로 도약하기 위해 중앙 권한 이양을 대폭 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잎으로 통합자치단체의 미래 발전 비전을 확정한 뒤 지방에 실질적으로 필요한 권한을 제정할 방침이다. 특별법에는 교부세 특례·지방채 발행 특례 등 자치 재정, 자치 조직, 부단체장 정수·소방·경찰 운영 등 인사, 자치 감사 등을 담게 된다.
민관협의체 이창기·정재근 공동위원장은 “이번에 설정한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산업·경제와 도시 개발, 농·어업, 해양수산, 자치행정, 자치조직·인사 등 특별시가 필요한 권리를 중앙에 적극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21일 김태흠 충남지사(왼쪽 둘째)와 이장우 대전시장(오른쪽 둘째) 등이 대전과 충남 통합 추진을 선언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민관협의체는 이르면 4월까지 특별법(안)을 마련한 뒤 국회 토론회와 시민 공청회·설명회 등을 개최할 예정이다. 시민 공청회·설명회는 권역별로 이뤄지며 6월 말쯤 대전시와 충남도에 최종 통합안(법률안)을 제출할 방침이다. 민관협의체는 구체적인 법률안이 마련되는 대로 대전시·충남도와 협의, 국회 상정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법률안 상정은 행정체계를 총괄하는 행정안전부를 통하거나 국회의원 발의 가운데 하나로 추진한다는 게 협의체의 구상이다.
대전과 충남지역 지방자치 전문가 그룹과 기초자치단체장, 지방의회 의원 등 30명(대전·충남 각각 15명)으로 구성된 협의체는 지난해 12월 24일 대전시청에서 출범식을 갖고 본격 활동을 시작했다. 위원장은 대전시와 충남도가 각각 추천한 이창기 전 대전대 교수와 정재근 전 행정안전부 차관이 맡았다.
통합 절차가 계획대로 진행되면 2026년 6월 치러지는 제9회 전국동시 지방선거 때 통합자치단체가 출범하게 된다. 1989년 대전이 충남에서 분가(分家)한 지 36년 만의 일이다. 통합자치단체는 1명의 광역단체장과 1명의 교육감을 선출하게 된다. 대전의 5개 자치구와 충남의 15개 시·군은 그대로 유지된다. 교육감을 통합자치단체장과 러닝메이트로 선출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지난해 12월 23일 충남도청에서 열린 송년 기자회견에서 김태흠 충남지사가 대전충남 행정구역 통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충남도]
김태흠 충남지사는 “행정통합 추진은 충남도민과 대전시민의 의견이 가장 중요한 만큼 민간협의체에서 각계각층의 다양한 목소리를 모아달라”며 “정치적인 목적을 모두 배제하고 오직 주민의 미래를 위해 행정통합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태흠 "국가 개조에 버금가는 행정체제 개편 필요"
대전과 충남의 행정통합은 지방소멸과 수도권 집중화로 국가 균형발전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김태흠 충남지사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김 지사는 지난해 초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국가 개조에 버금가는 광역 단위의 행정체제 개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전과 충남이 통합하면 인구 358만명(전국 3위), 재정 규모 17조3439억원(전국 3위), GRDP(지역 내 총생산) 191조6000억원(전국 3위), 산업단지 184곳(전국 3위), 수출액(2023년 9월 기준) 715억 달러(전국 2위), 무역수지 369억 달러(전국 1위) 등 각종 지표가 상위권에 오르게 된다.
지난해 12월 24일 대전시청 3층 세미나실에서 대전충남 행정통함 민간협의체 출범식이 열리고 있다. 신진호 기자
대형 국책사업이나 투자유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소모적 경쟁을 줄이고 광역·기초지자체 경계를 넘어서는 교통망과 공공시설 구축도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다. 시내버스와 택시 등 대중교통 이용 때도 요금할인과 환승 등 실질적 혜택이 제공된다. 민간협의체는 통합 자치단체가 국가의 사무·재정 권한을 넘겨받아 연방제 국가 주(州)에 준하는 실질적 권한과 기능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행정안전부가 민간 전문가로 구성한 ‘미래지향적 행정체제개편 자문위원회(미래위)는 지난 22일 수도권 집중 완화와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비수도권 광역시·도간 통합을 권고했다. 권고 대상으로는 대전·충남을 비롯해 대구·경북, 부산·울산·경남 등을 제안했다.
홍성=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