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 화상으로 참석해 유가가 하락할 경우 “금리를 즉시 인하할 것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백악관에서 개최한 행정명령 서명식에서도 그는 파월 의장과 대화를 하겠냐는 질문에 “적절한 시기에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트럼프 “내가 파월보다 금리 잘 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석유수출국기구(OPEC) 등에 유가를 떨어트릴 것을 요구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국제유가 하락→물가상승률 압력 감소→금리 인하’ 흐름을 만든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고율의 관세 부과가 물가를 더 높일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지만, 관세에 대해선 “미국에서 제품을 생산하지 않는다면 관세를 내야 한다. 관세로 수천억 달러에서 수조 달러까지 재정으로 유도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기존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발언에 주식 시장은 환호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408.34포인트(0.92%) 오르면서 4만4565.07에 거래를 마감했다. S&P500(0.53%)과 나스닥(0.22%)까지 3대 지수가 모두 상승했다. 당초 Fed가 기준금리 인하 속도를 크게 늦출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는데 트럼프 대통령 발언으로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기대가 생겼다. 미국 증시가 상승세를 보이면서 설 연휴를 앞둔 24일 코스피와 코스닥도 각각 0.85%, 0.65% 상승했다.
반복된 압박에 시장 기대는 제한적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에선 이달 29일 Fed가 기준금리를 동결할 확률을 99.5%로 봤다. 전날보다 0.6%포인트 오히려 올랐다. Fed가 올해 1년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확률은 전날(35%)보다 3.3%포인트 내린 31.7%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도 시장에선 금리 인하보다는 동결 쪽에 무게를 뒀다.
이날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4.65%로 마감해 전날(4.61%)보다 0.04%포인트 올랐다.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채권시장에선 나타나지 않았다는 뜻이다.
첫 재임 때인 2018년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Fed가 너무 긴축적이다. 미쳤다고 본다”며 금리 인상에 나선 파월 의장에 대한 불만을 수차례 토로했다. 이후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설 때까지 “파월을 해임할 권한이 있다”, “멍청하다” 등 발언을 쏟아내며 꾸준히 압력을 행사했다. 1기 트럼프 행정부 때의 상황을 고려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압박은 2기 때도 이어질 예정이다. 파월 의장의 임기는 2026년 5월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