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린 막힐 땐 역사책 읽죠" 한예종 최연소 영재의 성장법

음악을 깊이 이해하고 표현하는 김현서는 최근 음악계에서 주목받는 차세대 유망주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음악을 깊이 이해하고 표현하는 김현서는 최근 음악계에서 주목받는 차세대 유망주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음악에서 어려운 부분을 만났을 때는 미로에 서 있는 기분인데 노력하다 해결될 때 희열이 커요. 그래서 힘들 때마다 마지막에 기쁠 거라고 되새겨요.”

15세 바이올리니스트 김현서가 찾은 음악의 기쁨이다. 4세에 바이올린을 시작했고, 지난해 10월 이탈리아 비오티 국제 콩쿠르에서 2위에 입상했다. 어른들과 겨룬 결과였다. 또 올 3월에는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영재 입학한다. 만 15세 입학은 한여진(플루트), 한재민(첼로) 등과 동일한 최연소 기록이다.

22일 서울 명동에서 만난 김현서는 “바이올린을 하며 힘든 과정이 당연히 있는데 힘들수록 애착이 생겨요”라고 했다. 의지와 끈기로 실력을 늘려나간다. “어려서는 사람들 앞에 서서 받는 박수가 좋았어요. 그런데 초등학교 3학년에 김남윤 선생님을 만나면서 생각이 바뀌었어요.” 한국 바이올린의 대모인 고(故) 김남윤 교수의 마지막 제자다. 김현서는 9세에 한예종 영재원에 입학하며 김 교수를 만났고 “음악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됐어요”라고 말했다. “그 이전에는 감정에 이끌려서 연주했는데, 곡에 대해 이해하고 작곡가, 당시의 시대에 대해 공부하다보니 어려웠죠. 하지만 어려운만큼 기쁨이 컸어요.”

연습이 어려울 때는 책을 펼치는 독서광이다. “감정적으로 지칠 때도 있고, 음악으로 뭘 표현해야 할지 도무지 모를 때가 있어요. 그런 일은 매일 일어나는데, 잠시 쉬면서 역사책이나 문학을 읽으면 해결이 돼요.”

22일 서울 명동 온드림 소사이어티에서 만난 15세 바이올리니스트 김현서.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22일 서울 명동 온드림 소사이어티에서 만난 15세 바이올리니스트 김현서.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어린 연주자가 성인들과 겨루는 콩쿠르에 출전하기는 쉽지 않았다. 비오티 콩쿠르 세 번의 라운드를 거치며 10여곡을 연주해야 했다. 여기에 결선 무대에서는 차이콥스키 협주곡을 연주했다. 짧게는 이틀 간격으로 긴 연주를 소화했다. “작은 것보다는 큰 흐름을 생각하며 연습과 연주를 했고, 나중에 끝나고 보니 초인적인 힘이 발휘됐던 것 같아요.”


현대차 정몽구 재단의 장학생인 김현서는 콩쿠르 과정에서 받았던 재단의 도움을 기억했다. 재단은 장학생들에게 학기별 장학금과 별도로 국제 콩쿠르 참가 경비를 지원하고 수상 후에도 장학금을 후원한다. 정몽구 문화예술 스칼러십의 일환으로 2009년 이래 2800명에게 120억원을 지원했다. 피아니스트 임윤찬ㆍ선율, 첼리스트 한재민 등이 재단을 거친 장학생들이다. 김현서는 “콩쿠르로 처음 가보게 된 도시에서 재단의 후원으로 대회 과정에 잘 적응할 수 있었다”고 했다.

15세 예비 대학생은 새로운 공부 계획을 세우는 중이다. “그동안 음악을 항상 혼자 했기 때문에 갈증이 있었어요. 실내악과 오케스트라도 해보고 싶고, 학교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하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음악과 세상을 바라보고 싶어요.” 그는 다음 달 6일 온드림 콘서트에서 정몽구 재단의 장학생들과 함께 생상스 ‘동물의 사육제’ 등을 연주한다. “제 1 바이올린으로 이끌어야 하는 역할이라 기대와 긴장이 된다”고 했다. 3월 29일에는 통영국제음악제의 무대도 예정돼 있다.

김현서는 “음악에서 받은 행복을 흘려보내는 음악가가 꿈”이라며 “내가 먼저 깊은 감동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음악에 대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