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투부터 매너까지 손봤다…이재명 '1등 징크스' 넘을까 [여야 대선주자 분석④]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당직자들이 설 연휴를 앞둔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반포동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설 귀성객에게 인사하던 중 셀카를 찍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당직자들이 설 연휴를 앞둔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반포동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설 귀성객에게 인사하던 중 셀카를 찍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올해 설 메시지는 유독 간결했다. 연휴 시작인 25일 페이스북에 “대한민국을 지켜낸 국민 여러분 고맙다. 뜻깊은 명절 보내시기 바란다”고 적었다. 함께 첨부한 1분 30초 분량 영상은 애니메이션이었는데,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이 대표가 유튜브 라이브 방송으로 국민에 호소하는 내용 등이다. 대표실 관계자는 “계엄 후 정치 불안과 경기 침체 속에서 맞는 명절이다. 예년처럼 한복을 입고 메시지를 낼 분위기는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지지율 1위 대선주자’의 무게가 이 대표를 더 신중하게 만들고 있다는 평가다. 현직 대통령 탄핵이라는 보수 진영 대형 악재 속에서도 민주당과 이 대표 지지율이 압도적 우위를 점하지 못하는 상황도 겹쳐지고 있다. 중앙일보가 지난 23~24일 한국갤럽과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이 대표는 대선 주자 선호도 36%로 2위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16%)을 더블 스코어 넘게 앞섰다. 하지만 홍준표 대구시장·오세훈 서울시장과의 양자 가상대결 조사 결과는 오차범위 내 접전이었다. 

탄핵 직후 큰 차이로 벌어졌던 정당 지지율도 이번 조사에서 민주당 40%, 국민의힘 41%로 박빙이었다. (※자세한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민주당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보수층 결집이 주된 원인으로 보이지만, 민주당이 국민 기대를 다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경고등이 켜진 것은 확실하다”며 “연휴 이후 본격적인 조기대선 정국에서는 이런 흐름을 더 적극적으로 방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신년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신년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이 대표가 23일 기자회견에서 “탈이념·탈진영의 현실적 실용주의”를 내걸고 고유 정책 브랜드인 ‘기본 사회’ 재검토 가능성까지 시사한 건 이런 맥락에서 나온 고민의 결과물이다. 지도부 소속 의원은 “골수 이재명 지지자들,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이 가질 불만을 감수하더라도 국민 전체의 눈높이에 맞추겠다는 선언을 한 것”이라며 “이제는 진영을 넘어 국민 전체에 지도자의 면모를 보이고 비전을 제시할 때”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일부 직군에 주 52시간 적용 예외 방침을 적용하는 반도체특별법에 대한 당내 토론회를 설 직후인 다음달 3일 이 대표 주재로 진행할 계획이다. 이 대표 회견 직후 민주노총이 “자본주의의 하수인”이라고 강하게 반발 중이지만, 여당과의 합의 통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해 온 연금개혁과 관련해서도 이 대표는 “2월중 모수개혁 입법을 완료하고 곧이어 구조개혁 논의에 착수하는 것을 목표로 신속한 추진 방안을 검토하라”고 26일 진성준 정책위의장에게 지시했다. 조기대선 정국에서 민주당이 주도해 국회의 연금 개혁 논의에 가시적 성과를 내겠다는 취지다. 


‘실용’을 내세운 정책 드라이브와 함께, 차기 유력 주자로서의 이미지 재정립에도 나서고 있다. 대표실 관계자는 “이 대표가 이번 회견을 앞두고 말투와 억양, 손짓 등 전체적인 ‘톤 앤 매너’를 가다듬는 데 전문가의 조언을 받았다”며 “이제부터는 사소한 실수도 자칫 큰 논란으로 번질 수 있어 작은 것에도 만전을 기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회견장에서 기자들에게 “아무나 편하게 질문하시라”, “뒤에 계셔서 잘 안보이는 분들도 질문 기회를 드리자”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당직자들이 설 연휴를 앞둔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반포동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설 귀성객에게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5.1.24/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당직자들이 설 연휴를 앞둔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반포동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설 귀성객에게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5.1.24/뉴스1

 
야권 내 비명계 움직임과 관련해서는 “경쟁 주자가 많을수록 좋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 대표는 연휴 마지막날인 30일 문재인 대통령이 있는 경남 평산마을을 찾는다. 노무현 전 대통령 생가가 있는 경남 봉화마을도 조만간 방문할 계획이다. 대선 전 특정 시점의 지지율 1위 후보는 대통령이 되지 못한다는 ‘1위 징크스’가 야권 일각에서 회자하지만 이 대표 주변은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는 분위기다.

다만 정치적 생사가 걸린 사법리스크에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공직선거법 항소심과 관련해 다음달 26일 결심 공판이 열린다는 점이 변수다. 늦어도 3월 하순에는 이 대표 선거법의 항소심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자칫 이 대표의 항소심이 1심 결과를 그대로 유지하고, 헌법재판소의 윤 대통령 탄핵 심판 결정이 이보다 늦어지면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와 관련한 야권의 논쟁은 더욱 거세질 수 있다. 이 대표의 변호인단은 항소심 재판부에 사건 증인 13명을 신청하고, 위헌법률심판 제청도 검토하는 등 총력전을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