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발걸음 빨라진 오세훈, 그 뒤엔 14인의 고문단 있다 [여야 대선주자 분석③]

‘스타 변호사’로 2000년 정치권에 입문한 오세훈 서울시장이 정치 시작 25년 만에 대선 출마 의사를 공개적으로 시사했다. 4번의 서울시장을 지내며 쌓은 안정감과 낮은 비호감도를 무기로 표심을 사로잡을지 주목된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설 연휴 첫날인 25일 서울 중곡제일골목시장을 방문해 상인들과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오세훈 서울시장이 설 연휴 첫날인 25일 서울 중곡제일골목시장을 방문해 상인들과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오 시장은 설 연휴를 앞둔 25일 TV조선 시사 프로그램 ‘강적들’에 출연해 조기 대선 출마 의사를 묻는 질문에 “탄핵 인용 가능성이 높은 것이 사실”이라며 “탄핵 심판 결론 후 입장을 밝히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22일 서울시청 기자 간담회서 “아직은 명확히 답하기 이른 시점이다. 깊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한 발언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다. 오 시장은 “출마 의사가 100%인 것 같다”, “마음을 굳힌 것 같다”는 다른 패널들의 평가에는 웃어 보이며 별다른 반박을 하지 않았다.

당초 오 시장의 대권 시나리오는 3년전 지방선거에서 4선 서울시장에 당선되면서 자연스럽게 거론됐었다. 2026년까지 4년의 서울시장 임기가 마무리되면 2027년 3월에 예정된 대선에 나서겠다는 구상이었다. 오 시장은 지난해 4월 22대 총선이 끝난 뒤 당선 축하를 명분으로 여당 의원을 선수와 지역별로 구분해 관저로 초청하며 ‘스킨십 확대’에 시동을 걸었다. 지난해 6월부터는 과거 보수 정당의 소장파로 활동했던 주호영·김기현·신성범·권영진·이성권 의원 등과 정례적으로 조찬을 하며 당내 우군(友軍)을 넓혀왔다. 또 오 시장은 지난해 7월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와 남성욱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등 정치·외교안보·법조계 등 전문가로 구성된 14명의 고문단으로 서울시정 외에 국내외 이슈에 대한 조언도 받고 있다.

이 와중에 12·3 계엄사태로 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지면서 오 시장의 발걸음도 빨라진 것이다. 특히 오 시장은 개헌을 화두로 꺼내며 차별화에 나섰다. 지난달 23일 SNS서 “의회 폭거와 제왕적 대통령제를 허용하는 1987년 헌법 체계의 한계를 인정하고, 위기를 기회로 삼아 정치권이 개헌 논의를 시작하자”며 여권 주자 중 가장 먼저 개헌론을 꺼냈다. 22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서는 “정부에는 의회 해산권을, 의회에는 내각 불신임권을 줘서 건전한 상호 견제를 유도해야 한다”고 했다. 오 시장 측 관계자는 “개헌을 위해 임기 단축 방안까지도 테이블에 올려두고 논의할 것”이라며 “계엄과 탄핵 사태서 실망한 국민을 생각한다면, 여당이 개헌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달 22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파트너스하우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달 22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파트너스하우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다만 당내 경선 통과는 오 시장의 숙제다. 국민의힘은 당내 경선에서 당원 투표 50%와 여론조사 50%를 합산해 최종 대선 후보를 결정하는데, 당원의 약 40%가 영남에 집중돼 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찬성한 오 시장이 탄핵 반대 여론이 여전히 높은 ‘집토끼’의 지지를 끌어낼지가 관전 포인트라는 얘기다. 대구·경북(TK)의 한 의원은 “본선 경쟁력에서는 비호감도가 낮은 오 시장이 장점이 있지만, 탄핵에 찬성한 오 시장을 두고 ‘배신자’라고 분노한 강성 당원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막상 선거가 본격화되면 제 지지율이 3~4위에서 갑자기 오르는 경향이 있다”며 “4년전 이준석 대표가 선출될 때 TK와 PK서 전략적 선택이 있었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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