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시장은 설 연휴를 앞둔 25일 TV조선 시사 프로그램 ‘강적들’에 출연해 조기 대선 출마 의사를 묻는 질문에 “탄핵 인용 가능성이 높은 것이 사실”이라며 “탄핵 심판 결론 후 입장을 밝히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22일 서울시청 기자 간담회서 “아직은 명확히 답하기 이른 시점이다. 깊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한 발언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다. 오 시장은 “출마 의사가 100%인 것 같다”, “마음을 굳힌 것 같다”는 다른 패널들의 평가에는 웃어 보이며 별다른 반박을 하지 않았다.
당초 오 시장의 대권 시나리오는 3년전 지방선거에서 4선 서울시장에 당선되면서 자연스럽게 거론됐었다. 2026년까지 4년의 서울시장 임기가 마무리되면 2027년 3월에 예정된 대선에 나서겠다는 구상이었다. 오 시장은 지난해 4월 22대 총선이 끝난 뒤 당선 축하를 명분으로 여당 의원을 선수와 지역별로 구분해 관저로 초청하며 ‘스킨십 확대’에 시동을 걸었다. 지난해 6월부터는 과거 보수 정당의 소장파로 활동했던 주호영·김기현·신성범·권영진·이성권 의원 등과 정례적으로 조찬을 하며 당내 우군(友軍)을 넓혀왔다. 또 오 시장은 지난해 7월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와 남성욱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등 정치·외교안보·법조계 등 전문가로 구성된 14명의 고문단으로 서울시정 외에 국내외 이슈에 대한 조언도 받고 있다.
이 와중에 12·3 계엄사태로 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지면서 오 시장의 발걸음도 빨라진 것이다. 특히 오 시장은 개헌을 화두로 꺼내며 차별화에 나섰다. 지난달 23일 SNS서 “의회 폭거와 제왕적 대통령제를 허용하는 1987년 헌법 체계의 한계를 인정하고, 위기를 기회로 삼아 정치권이 개헌 논의를 시작하자”며 여권 주자 중 가장 먼저 개헌론을 꺼냈다. 22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서는 “정부에는 의회 해산권을, 의회에는 내각 불신임권을 줘서 건전한 상호 견제를 유도해야 한다”고 했다. 오 시장 측 관계자는 “개헌을 위해 임기 단축 방안까지도 테이블에 올려두고 논의할 것”이라며 “계엄과 탄핵 사태서 실망한 국민을 생각한다면, 여당이 개헌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했다.
다만 당내 경선 통과는 오 시장의 숙제다. 국민의힘은 당내 경선에서 당원 투표 50%와 여론조사 50%를 합산해 최종 대선 후보를 결정하는데, 당원의 약 40%가 영남에 집중돼 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찬성한 오 시장이 탄핵 반대 여론이 여전히 높은 ‘집토끼’의 지지를 끌어낼지가 관전 포인트라는 얘기다. 대구·경북(TK)의 한 의원은 “본선 경쟁력에서는 비호감도가 낮은 오 시장이 장점이 있지만, 탄핵에 찬성한 오 시장을 두고 ‘배신자’라고 분노한 강성 당원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막상 선거가 본격화되면 제 지지율이 3~4위에서 갑자기 오르는 경향이 있다”며 “4년전 이준석 대표가 선출될 때 TK와 PK서 전략적 선택이 있었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