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억 챙기고 나가는 사람도 있다…은행들 또 '퇴직금 잔치'

지난해 말 이후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 2300명 이상이 희망퇴직을 통해 회사를 떠난 것으로 확인됐다. 1인당 평균 4~5억원대의 퇴직금이 주어지는 데다, 향후 조건이 더 나아지긴 어렵겠다는 인식에 1년 전보다 희망퇴직 인원이 대폭 늘었다.

13일 서울 시내 설치된 ATM기기. 연합뉴스

13일 서울 시내 설치된 ATM기기. 연합뉴스

 

30대까지도 희망퇴직 받아

26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신한·농협은행에서 1579명의 직원이 희망퇴직을 신청해 짐을 쌌다. 국민은행 647명, 신한은행 541명, 농협은행 391명이다. 국민은행의 경우 희망퇴직자가 지난해보다 27명 줄었지만, 신한‧농협은행에선 각각 307명, 19명 늘었다. 채용 인원이 많았던 베이비부머 세대가 대거 희망퇴직에 나서면서 퇴직자 수가 늘었다는 게 은행 측 설명이다.

하나은행(226명→316명)과 우리은행(363명→약 420명) 역시 1년 전보다 희망퇴직을 신청한 인원이 늘었다. 설 명절 이후 퇴직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5대 은행 전체에서 연말‧연초 희망퇴직금을 받고 회사를 떠나는 직원은 총 2315명이다. 1년 전(1869명)보다 446명(23.9%) 증가한 규모다.

은행권 희망퇴직 연령대가 확대되면서 지원자도 늘었다. 주요 은행 대부분 50대뿐 아니라 40대까지도 희망퇴직을 신청받고 있다. 신한은행의 경우 근속 7.5년 이상, 1986년생 이전 출생 직원까지 신청 대상에 포함하면서 30대 희망퇴직도 가능해졌다. 또 희망퇴직금 규모가 점차 줄어들 수 있다는 불안도 작용했다.


퇴직금만 10억원 육박하기도 

5대 은행 중 농협은행은 근무 기간에 따라 최대 28개월 치 임금을 희망퇴직 때 지급한다. 나머지 4대 은행은 최대 31개월 치까지 퇴직금을 준다. 여기에 법정퇴직금은 별도다. 이를 모두 포함하면 올해 퇴직자들은 평균 4~5억원, 많게는 10억원까지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높은 예대마진을 기반으로 한 이자 수익으로 영업이익이 대폭 증가한 은행이 퇴직금 잔치를 과도하게 벌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은행별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말에서 지난해 초까지 회사를 떠난 은행원 중엔 법정퇴직금과 희망퇴직금을 합쳐 9억9000만원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하나은행의 퇴직금 상위 5명은 모두 9억원대를 받았다. 국민, 신한, 우리은행의 보수총액 상위 퇴직자는 1인당 7~8억원을 수령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2022년 기준 희망퇴직자 1인당 평균 퇴직금을 5억4000만원으로 집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