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CATL, 유럽 공략 강화…한국 배터리 업계 '트럼프 파고'까지 이중고

중국 푸젠성에 위치한 세계 최대 배터리 업체 CATL 본사 전경. AFP=연합뉴스

중국 푸젠성에 위치한 세계 최대 배터리 업체 CATL 본사 전경. AFP=연합뉴스

세계 최대 배터리 업체인 중국 CATL이 매출 감소 속에서 유럽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전기차 시장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과 미국 트럼프발(發) 불확실성으로 먹구름이 드리워진 한국 배터리 업계를 향한 위협이 커진 셈이다. 정부 차원의 정책적 지원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6일 중국 선전증권거래소에 따르면 CATL은 잠정 실적 공시를 통해 지난해 매출액이 3560억~3660억 위안(약 70조~72조원)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2023년 매출(4009억 위안) 대비 8.71~11.2% 감소한 수준이다. 로이터 통신은 “CATL 연간 매출이 줄어든 것은 실적 발표를 시작한 2015년 이후 처음”이라고 밝혔다. 순이익은 11.1~20.1% 늘어난 490억~530억 위안(약 9조~10조원)으로 전망됐는데, 2019년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확정 실적은 오는 3월 발표할 예정이다.

중국 선전증권거래소에 공시된 CATL(닝더스다이) 2024년 연간 실적 예고. 화면 캡처

중국 선전증권거래소에 공시된 CATL(닝더스다이) 2024년 연간 실적 예고. 화면 캡처

 
기본적으로 원자재가 하락, 저가 물량 공세 전략 등이 매출 감소 원인으로 꼽힌다. CATL은 공시를 통해 “회사 배터리 제품 판매량이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탄산리튬 등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인해 제품 가격이 조정되면서 매출액이 전년 대비 감소했다”며 “기술 연구 개발과 제품 경쟁력을 지속 강화한 덕분에 순이익은 늘었다”고 밝혔다. 다만 업계에선 세계적인 캐즘과 중국 시장 내 포화 등에 따른 성장 둔화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판 지안(Pan Jian) CATL 공동회장(Co-Chairman). 세계경제포럼(WEF) 영상 캡처

판 지안(Pan Jian) CATL 공동회장(Co-Chairman). 세계경제포럼(WEF) 영상 캡처

이에 CATL도 중국 내수 시장에서 벗어나 유럽 등 새로운 시장을 찾아 나서고 있다. 판 지안 CATL 공동회장은 지난 21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해 “올해 안에 유럽 현지 완성차 제조사(OEM)와 주요 합작 투자를 발표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외신에선 폭스바겐을 유력한 협력사로 꼽고 있다. 이미 CATL은 독일과 헝가리에 현지 생산 공장을 두고 있고, 스페인에도 완성차 그룹 스텔란티스와 합작 투자한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CATL의 공격적인 유럽 공략은 국내 배터리 업계에도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한국배터리산업협회 관계자는 “한국의 유럽연합(EU)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70% 이상까지 간 적도 있지만, 지금은 거의 5대5 수준”이라며 “EU에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같은 견제 장치가 없는 이상 한국과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전기차 의무화 정책부터 철회하고 시작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인해 미국 시장에서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국내 배터리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모두 지난해 4분기 동반 적자 전환이 유력한 상황이다. 여기에 IRA에 따라 지원되던 미국의 첨단제조세액공제(AMPC) 혜택마저 축소되면 실적은 더욱 악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산업연구원은 지난 24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정부가 IRA 세액공제를 폐지하거나 축소할 경우 기대이익 상실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에 국내에 투자하는 배터리 기업에 대한 세제 지원 확대, 초격차 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R&D) 지원 강화, 사용 후 배터리 사업 활성화 등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와 배터리 업계는 민관 합동으로 ‘2차전지 비상대책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환경인 산업연구원 실장은 “최근 전기차 캐즘으로 배터리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성장성과 전략성 측면에서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시장인 미국의 지원 정책 후퇴 가능성까지 겹쳐 우려가 큰 상황”이라며 “기업들의 투자 의욕이 저하되지 않도록 정부가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