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현 의인은 지난 2001년 1월 26일 오후 7시 15분경, 야마노테선(山手線) 신오쿠보 역에서 취객을 구하기 위해 선로에 뛰어들었다가 역으로 진입하는 열차에 목숨을 잃었다. 이날은 꼭 24년이 되는 이 의인의 기일이다.
신오쿠보 역 개찰구를 지나 플랫폼으로 올라가는 벽면에 붙어 있는 추도문 앞에 역 측에서 제공한 조촐한 제단이 꾸려졌다. 오후 3시 열린 헌화식에 참석한 이 씨의 모친인 신윤찬 씨와 박철희 주일한국대사 등은 제단에 헌화하며 짧게 묵념을 하는 시간을 가졌다. 추도문에는 이 씨와 함께 선로에 뛰어들었다가 목숨을 잃었던 일본인 세키네 시로(関根史郎) 씨도 함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1974년생인 이 씨는 당시 일본 도쿄로 어학연수를 와 일본어 학교를 다니며 아르바이트를 했다. 사건이 있었던 당일에도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귀가하기 위해 열차를 기다리던 중이었다고 한다.
열차가 역에 진입하고 있었던 상황이라 불행히 세 명 모두 목숨을 잃었지만, 일본 사회는 당시 이 씨의 의로운 행동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모친인 신 씨에 따르면 일본에선 지금도 감사 편지를 보내오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이날 추도식에도 주최 측이 초대한 사람이 아닌 평범한 일본인 여성이 찾아와 헌화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신 씨는 "사후에 알게 됐지만 아들은 한·일 양국의 우호에 이바지하고 싶다는 얘기를 남겼다"면서 "한·일 양국 관계를 위해 많은 분이 애쓰고 있지만, 저 또한 아들의 유지를 이어나가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고 소회를 밝혔다. 한ㆍ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아 올해에는 신오쿠보 역 헌화 이후, 신주쿠한국상인연합회 측이 '추도문화제'를 개최하고 이 씨와 세키네 씨의 숭고한 정신을 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