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어느 정당도 정권 획득을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중앙일보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현 정권 교체를 위해 야당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 51%, ‘현 정권 유지를 위해 여당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 42%로 집계됐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으로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는 가정 하에 민심의 절반 가량이 정권 교체를 원하지만, 정권 유지론도 만만치 않은 크기로 뭉쳐있다. 남성(교체 49%, 유지 42%)보다 여성(교체 52%, 유지 41%)이 상대적으로 정권 교체 의사가 강했다. 교체론과 유지론 분포는 양당 지지층 분포와 정확히 겹친다. 민주당 지지층이 몰려있는 40대(교체 70%, 유지 26%)와 50대(교체 63%, 유지 30%)에선 압도적으로 정권 교체가 우위였다. 지역별로도 제주(교체 83%, 유지 8%), 광주·전라(교체 77%, 유지 15%), 인천·경기(교체 57%, 유지 35%) 등 민주당 우세 지역에서 교체론이 컸다.
반면 70대 이상(유지 65%, 교체 31%)과 60대(유지 58%, 교체 38%)는 정권 유지 여론이 강했다. 대구·경북(유지 59%, 교체 33%), 부산·울산·경남(유지 54%, 교체 43%) 강원(유지 54%, 교체 22%) 등 보수세가 큰 지역도 마찬가지였다. 갤럽의 허진재 여론수석은 “8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와 달리 정치적 양극화가 굉장히 심해졌다. 양 극단 세력이 서로 팽팽하게 결집해 있는 구도”라며 “정권을 잡으려면 국정 안정 능력을 보여줘야 하는데, 민주당이 대안 집권 세력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지 못해 여론이 이탈했다”고 말했다.
특히 이 대표는 오세훈 서울시장·홍준표 대구시장 등 일부 여권 후보들과의 대결 조사에서 이 대표 46%-오 시장 43%, 이 대표 45%-홍 시장 42%로 접전 양상을 보였다. 허 이사는 “정권 교체 여론이 51%인데, 그 응답자들을 이 대표가 온전히 흡수하지 못한 결과”라며 “민주당에 대한 불신에 더해, 이재명 대표 개인에 대한 비호감이 지지율에 반영된 결과”라고 해석했다.
특히 ‘스윙보터’로 일컬어지는 부동층에서 이런 경향이 두드러졌다. 자신의 정치 성향을 ‘중도’라고 답한 응답군에서 정권 교체론(55%)과 정권 유지론(35%) 간 격차가 20%포인트였다. 하지만 이 격차는 이 대표와 홍 시장 간 양자대결 조사에서 9%포인트로 줄어들었다. (이 대표 47%, 홍 시장 38%) 이 대표-오 시장 간 조사에서도 13%포인트 차이에 그쳤다. (이 대표 49%, 오 시장 36%)
이 대표는 여권 주자를 상대로 한 모든 양자 대결에서 우세했다. 하지만 상대 후보가 중도 성향에 가까워질수록 지지율 절대치가 소폭 하락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 대표 지지율은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과의 양자 대결에서 47%로 38%인 김 장관을 9%포인트 앞섰다. 그러나 유승민 전 의원과의 대결에서는 응답자의 42%가 이 대표를 지지했고 유 전 의원은 35%였다.
이 대표의 1인 독주를 경계하는 보수-중도층 여론이 조사 결과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성진 이화여대(정치학) 교수는 “여권 후보의 경우 ‘이재명과 붙었을 때 강점이 있느냐’라는 측면에서 경쟁력을 평가받는 측면이 있다”며 “상대 후보가 누구든지에 상관없이 반이재명 세력의 실체가 있다는 걸 보여주는 조사 결과”라고 말했다.
☞여론조사 어떻게 진행했나
이번 조사는 중앙일보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2025년 1월 23일~24일 전국의 만 18세 이상 남녀 1031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가상번호) 면접 조사 방식으로 진행했다. 응답률은 13.3%(7761명 중 1031명)이며 2024년 12월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 기준으로 성별·연령별·지역별 가중값을 부여했고,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최대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sdc.go.kr)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