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경기 부진이 이어지면서 연초부터 문을 닫는 건설업체가 늘고 있다.
31일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이달 폐업 신고한 종합건설사는 58곳이다. 1월 기준으로 2011년(60곳) 이후 최대치다. 전월(40곳)과 비교하면 45% 늘었다. 이번 설날 연휴가 길었던 점을 고려하면 실제 폐업 신고 업체는 더 많았을 수 있다. 새해 첫 달에 폐업한 종합건설사는 2021년 20곳에서 2022년 31곳, 2023년 31곳, 지난해 40곳으로 증가했다.
지난해엔 종합건설업체 641곳이 간판을 내렸다. 2005년(629건) 이후 가장 많았다. 2021년(305건)과 비교하면 배 이상 늘었다. 보유 업종 중 일부만 폐업하거나 업종을 전문건설업으로 바꾼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 폐업 사유는 ‘사업 포기’ ‘회사 도산’이었다.
부도를 낸 건설사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전북지역 4위 건설업체인 제일건설이 최종 부도 처리됐고, 앞선 10월엔 시온건설개발(경남), 우일건설(경북), 한호건설(광주)이 부도를 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부도 처리된 건설사는 30곳으로 2019년(49곳) 이후 가장 많았다.
시공능력 100위권도 잇따라 워크아웃·법정관리
기업회생(법정관리)이나 기업재무구조개선(워크아웃)을 신청하는 건설사도 줄을 잇고 있다. 지난 19일엔 경남 김해에 본사를 둔 대저건설(시공능력평가 103위)이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대저건설은 경남권 2위 업체고 부채 위험도 낮은 곳이어서 업계가 받은 충격이 작지 않았다”고 전했다.
지난해 열린 건설, 부동산 경기 전망 세미나에서 힌 참석자가 자료집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실제로 대저건설의 2023년 말 기준 부채 비율은 115%, 차입금 의존도는 15%로 비교적 양호한 수준이었다(한국신용평가). 하지만 미분양과 공사 미수금 적체로 인한 자금난을 견디지 못했다. 앞서 올 초엔 시공능력 58위인 신동아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했고, 지난해 말엔 신태양건설(105위)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건설업계에선 올해 폐업·부도 업체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본다. 건설 경기가 호전될 모멘텀(동력)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수익성 악화가 누적되면서 임계치에 도달한 건설사도 적지 않다. 특히 시공능력 50위권 이내인 대형·중견업체에서 신용·재무 위험이 발생할 경우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비롯해 건설·금융업계 전반으로 화염이 번질 수 있다. 박선구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물량 감소, 경쟁 심화, 이익률 저하 등으로 대다수 건설기업이 상당히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며 “올 하반기 또는 내년 상반기에 회복 국면을 기대하지만 의미 있는 물량 증가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태윤 기자 pin2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