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전‧단수 의혹’ 이상민, 경찰이 수사한다…“공수처와 협의”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서 증언을 거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서 증언을 거부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이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12·3 계엄 당일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의혹’ 수사를 다시 맡았다. 앞서 경찰은 지난해 12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이첩 요구에 따라 윤석열 대통령 사건과 함께 이 전 장관 사건을 보낸 바 있다.

경찰 국가수사본부(국수본) 비상계엄 특별수사단 관계자는 3일 브리핑을 통해 “계엄 선포 당시 언론사 단전·단수 의혹을 포함해서 경찰이 이 전 장관 사건을 넘겨받아 조사하기로 공수처와 협의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국수본 관계자는 “공수처로부터 자료를 받아 분석하고, 이 전 장관에 대한 소환 등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 장관은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직전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는 등 내란에 동조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계엄 선포 뒤 허석곤 소방청장에 전화를 걸어 MBC·JTBC 등 언론사에 대한 단전·단수에 협조하라고 지시했다는 의혹도 받는다.

1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국가수사본부에서 취재진이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방해 관련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입건된 김성훈 대통령 경호처 차장의 출석을 기다리고 있다. 이날 김 차장은 사실상 출석에 불응했으며, 전날 조사를 받았던 박종준 전 경호처장은 출석해 조사를 받고 있다. 김현동 기자.

1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국가수사본부에서 취재진이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방해 관련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입건된 김성훈 대통령 경호처 차장의 출석을 기다리고 있다. 이날 김 차장은 사실상 출석에 불응했으며, 전날 조사를 받았던 박종준 전 경호처장은 출석해 조사를 받고 있다. 김현동 기자.

공수처는 당초 고위공직자범죄인 직권남용죄의 ‘관련 범죄’로 이 전 장관의 내란 관련 혐의들을 수사하려 했다고 한다. 그러나 계엄 당일 실제 단전·단수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직권남용죄 적용이 어렵다고 판단해 내란죄 직접 수사권이 있는 경찰에 다시 사건을 넘겼다. 형법상 직권남용죄는 ‘미수범’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이 전 장관은 지난달 22일 국회 내란 혐의 국정조사 특위에 출석해 ‘방송사 단전·단수를 지시했느냐’는 질문에 “증언하지 않겠다”고 답변을 거부한 바 있다. 


한상훈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수처가 이상민 전 장관의 직권남용죄가 성립되지 않는데도 내란죄 수사를 계속 하거나, 재판 과정에서 직권남용죄의 경우 혐의가 없다고 결론이 나면 결과적으로 권한이 없는 상태에서 위법한 수사를 한 게 된다”며 “다만 공수처가 내란·외환죄에 대해 수사권이 없는 것과 대통령·국무위원에 대한 기소권이 없는 것은 장기적으로 법 개정을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경찰 국수본은 지금까지 계엄 사태와 관련해 이 전 장관을 포함해 총 53명을 피의자로 입건했다. 이중 당정 관계자는 28명, 군(軍) 20명, 경찰 5명 등이다. 지금까지 8명을 검찰에 송치했고 11명을 공수처 및 군 검찰에 이첩했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별동대 성격인 사조직 ‘수사2단’ 의혹을 받는 방정환 2기갑여단장과 구삼회 국방부 혁신기획관도 지난달 22일 검찰에 송치했다.

국수본은 원천희 국방정보본부장(육군 중장)도 내란 혐의로 추가 입건해 지난달 23일 소환 조사했다. 원 본부장은 계엄 전날인 지난해 12월 2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문상호 정보사령관과 만나 계엄을 사전 논의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이 진행되고 있는 15일 오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서 대통령 경호처 관계자들로 추정되는 인원들이 공수처 청사 진입로를 살펴보고 있다. 김성룡 기자.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이 진행되고 있는 15일 오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서 대통령 경호처 관계자들로 추정되는 인원들이 공수처 청사 진입로를 살펴보고 있다. 김성룡 기자.

한편 국수본은 이날 오전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저지를 주도한 혐의를 받는 김성훈 대통령경호처 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해 이들이 사용한 업무용·개인용 휴대전화를 각각 확보했다. 아울러 경호처 사무실에도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을 시도하고 있다. 국수본은 경호처 내 보안 휴대전화(비화폰) 서버를 압수수색 대상으로 영장에 적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은 경호처 측과의 조율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