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신상공개 안돼”…234명 성착취 ‘자경단’ 총책, 법적대응

텔레그램을 이용해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한 사이버성폭력 범죄집단 '자경단'의 총책 A씨가 지난달 24일 오전 서울 성동구 성동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텔레그램을 이용해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한 사이버성폭력 범죄집단 '자경단'의 총책 A씨가 지난달 24일 오전 서울 성동구 성동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텔레그램에서 ‘자경단’이라는 이름으로 약 5년간 남녀 234명을 성 착취한 일당의 총책이 경찰의 신상공개 결정에 반발해 법적 대응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5일 경찰에 따르면 자신을 ‘목사’라 칭하며 성 착취 범죄 집단의 총책으로 활동한 A씨(33)는 지난달 24일 서울행정법원에 ‘신상정보 공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와 함께 본안소송인 ‘신상정보 공개 처분 취소 청구’ 행정소송도 제기했다.

앞서 서울경찰청은 지난달 22일 신상정보 공개심의위원회를 열고 범행 수단의 잔인성·피해의 중대성 등을 고려해 A씨의 이름·나이·얼굴 등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A씨가 이의 신청을 하면서 경찰은 중대범죄신상공개법에 따라 5일 이상 유예기간을 둔 뒤 A씨의 신상을 공개하기로 했고 A씨는 이 사이 법적 대응에 나섰다.

A씨가 낸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신상 공개는 본안소송 판결이 나올 때까지 잠정 보류된다. 가처분 신청이 기각될 경우 경찰은 A씨의 신상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 가처분 인용 여부는 이르면 이번 주 안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A씨는 피해자의 심리를 2~3년 가까이 지배해 성착취를 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 신상정보를 파악한 뒤 “노예로 명령에 복종하고 교육받는다” “신상 박제 후 고발당한다” 등 피해자를 협박했다. 사진 서울경찰청

A씨는 피해자의 심리를 2~3년 가까이 지배해 성착취를 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 신상정보를 파악한 뒤 “노예로 명령에 복종하고 교육받는다” “신상 박제 후 고발당한다” 등 피해자를 협박했다. 사진 서울경찰청

 
경찰에 따르면 A씨는 2020년 5월 자경단을 결성해 올해 1월까지 남녀 피해자 234명을 상대로 성 착취물을 만들거나 협박과 심리적 지배 등을 통해 성폭행하는 등의 혐의를 받는다. 피해자 가운데 10대 미성년자는 무려 159명에 달했다. 전체 피해 규모는 성착취물 범죄로 악명을 떨쳤던 텔레그램 박사방 사건의 피해자 73명의 3배가 넘는다. 미성년자 피해자 수로는 10배 규모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드라마 ‘수리남’ 속 주인공을 본떠 스스로를 ‘목사’로 자처하고 다단계 형태의 조직을 구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목사→전도사→예비전도사로 직책을 나누고 피해자 유인 수에 따라 계급을 올려주는 식이다.  

“범죄자(피해자)를 교화시켜야 한다”며 피해자를 자신에게 알선하도록 조직원들에게 지시했고 조직원들은 소셜미디어(SNS)에서 피해자들을 찾았다. A씨는 피해자 신상정보 등을 파악해 2~3년 심리적으로 압박하고 착취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특별한 성적 취향을 가지고 있다”며 “자신의 통제·지시에 얼마나 잘 따르는지 실험하다가 선을 넘은 것 같다”고 진술했다.  

A씨는 구속 상태로 지난달 24일 검찰에 넘겨졌다. 자경단의 조직원은 A씨를 포함해 총 14명으로 가장 어린 조직원은 15세인 것으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