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3%대 예금…투자자금‧정책상품에 돈 몰렸다


연 3% 금리 예금이 사라지고 있다. 시중은행은 물론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인터넷전문은행과 저축은행에서도 3% 이자를 주는 예금이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6개월 만기 저축은행 정기예금의 평균 금리는 2%대로 내려앉았다. 낮은 금리 탓에 예금에서 ‘탈출’한 돈은 투자 대기 자금으로 쌓이고 있다. 최대 연 9%대 이자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청년도약계좌 등 정책상품에도 돈이 쏠렸다.

저축은행마저 금리 3%대 깨졌다

9일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이날 저축은행의 6개월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연 2.88%로, 1달 전(3.01%)보다 0.13%포인트 하락했다. 지난해까진 연 3%대 밑으로 한 차례도 떨어진 적 없었다. 그러다 지난달 중순 2%대로 주저앉았고 이달 들어서도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저축은행의 12개월 만기 예금금리는 1달 새 연 3.3%에서 3.15%로 0.15%포인트 떨어졌다. 매달 1일을 기준으로 저축은행 12개월 만기 예금금리를 비교했을 때 기준금리가 1%대였던 2022년 7월(3.09%) 이후 2년6개월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부터 예금금리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어 12개월 만기를 기준으로 3%대 금리 선마저 깨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저축은행업계는 2022년 말 금리가 연 5~6%대에 달하는 예ㆍ적금 상품을 내놓으면서 관심을 끌었다. 시중은행보다 높은 금리로 ‘예테크(예금+재테크)족’의 주요 투자처로 꼽혔지만, 최근 사정이 달라졌다. 시중은행과 비슷한 수준으로 금리가 떨어지면서다. 기준금리 인하로 시장금리가 하락한 영향이다. 또 저축은행 입장에선 예금금리를 높여서까지 자금을 조달할 유인이 줄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으로 대출 규모를 크게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라 고금리 예금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시중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의 예금금리도 하락세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4대 은행(KB국민ㆍ신한ㆍ하나ㆍ우리은행)의 12개월 만기 정기예금의 최고 금리는 연 3%로 동일하다. 우대금리 혜택을 제외한 기본금리는 2.4% 수준까지 내려갔다.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는 지난 1일 코드K 정기예금의 12개월 만기 금리를 연 3%에서 2.9%로 0.1%포인트 낮췄다. 카카오뱅크와 토스뱅크 예금 금리도 3~3.1% 수준이다.

예금 대신 투자 나선 ‘예테크족’

낮은 이자 때문에 예금의 매력이 떨어지면서 예테크족의 ‘머니 무브’가 본격화하고 있다. 직장인 정준수(33)씨는 지난달 예금 만기 이후 다른 투자처를 찾아보고 있다. 정씨는 “예금 보호 한도인 5000만원까진 저축은행 고금리 예금에 가입해왔는데 지금은 가장 높은 게 3%대라 다시 가입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며 “주식 등 다른 투자처를 찾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서울 시내에 설치된 시중은행 ATM 기기 모습. 뉴스1

지난달 31일 서울 시내에 설치된 시중은행 ATM 기기 모습. 뉴스1

 
한국은행에 따르면 저축은행 수신액은 한은이 기준금리를 3.5%로 인상한 2023년 1월엔 120조7854억원에 달했지만, 지난해 11월 말엔 103조3649억원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해 12월 한 달에만 21조1285억원이 감소했고, 올해 1월엔 4조7918억원이 또 줄었다. 2%대 예금에 실망한 예테크족이 돈을 빼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반면 주식 투자 대기 자금인 투자예탁금은 지난 6일 기준 54조6734억원으로, 3개월 전(49조8900억원)보다 9.6% 증가했다. 주식을 구매하기 전 증권사 계좌에 쌓아놓는 예치금이 그만큼 늘었다는 뜻이다. 주식뿐 아니라 금 시장에도 돈이 몰리면서 한국거래소 집계 기준 지난 5일 금 거래대금은 1088억3637만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저축은행 등 2금융권 예금의 매력이 떨어지면서 최대 연 9%대 이자를 받는 효과가 있는 청년도약계좌의 인기는 급증했다. 올 1월 청년도약계좌 신규 신청자는 일평균 2만4300명으로, 전월(일평균 4400명)의 5배가 넘는다. 이달에도 6일 기준 일평균 신청 인원이 2만9000명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