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딥시크 '가성비 쇼크'에도…美빅테크, AI에 466조 투자 왜 [팩플]

인공지능(AI) 경쟁을 이끄는 주요 빅테크들이 올해도 AI 투자에 3200억 달러(약 466조 원) 이상을 쏟아부을 예정이다. 가성비를 내세운 중국 생성 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의 등장에 AI 경쟁의 방향이 ‘저비용·고효율’ 모델 개발로 흐르게 될 거란 전망이 나오지만, 빅테크들은 앞으로 더 커질 AI 시장에 대비하기 위해 AI 인프라에 대규모 자본 투입을 예고한 상황이다.

지난달 2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의사당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빅테크 최고 경영진들이 대거 참석했다. 오른쪽부터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순다르 피차이 알파벳 CEO,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와 그의 약혼녀 로런 산체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의 모습. AFP=연합뉴스

지난달 2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의사당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빅테크 최고 경영진들이 대거 참석했다. 오른쪽부터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순다르 피차이 알파벳 CEO,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와 그의 약혼녀 로런 산체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의 모습. AFP=연합뉴스

 

무슨 일이야

아마존은 최근 실적 발표에서 올해 AI 인프라 투자에 1000억 달러 이상 지출할 계획임을 밝혔다. 지난해 쓴 돈(830억 달러)보다 더 큰 규모다. 앤디 재시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6일(현지시간) “(투자금은) 대부분 AI와 클라우드 서비스 ‘아마존웹서비스’(AWS) 등에 사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클라우드 시장 점유율 2위 마이크로소프트(MS)는 데이터 센터 구축 등 AI 인프라에 800억 달러를 투자할 방침이다. 

대다수의 빅테크들은 클라우드 서비스 성장폭 등이 시장 예상치보다 둔화된 흐름 속에서도 인프라 투자를 계속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지난해 4분기 클라우드 매출이 지난 분기보다 35% 낮은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올해 750억 달러 이상 지출을 예고했다. 주로 서버를 위한 기술 인프라, 데이터 센터 구축 등을 위한 비용이다. 메타도 올해 최대 650억 달러를 AI 인프라에 투자한다. 각 기업의 지출 예상액을 합치면 지난해(2300억 달러)보다 약 1000억 달러 더 많은 돈을 쓸 것이란 계산이 나온다.

이유가 뭐야?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AI 투자와 관련,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해는 AI에 있어 결정적인 해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 수년 동안 핵심 제품과 비즈니스를 통해 역사적인 혁신을 일으켜 미국의 기술 리더십을 확장하겠다”고 적었다. AI 리더십 유지 및 확대를 위해선 대규모 자본 투입이 필수라는 것. 빅테크들의 이같은 판단의 주요 배경은 크게 3가지다.


마크 저커버그가 메타 CEO가 지난해 9월 2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메타 본사에서 증강현실(AR) 스마트 안경 ‘오라이온(Orion)’ 시제품을 공개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마크 저커버그가 메타 CEO가 지난해 9월 2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메타 본사에서 증강현실(AR) 스마트 안경 ‘오라이온(Orion)’ 시제품을 공개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우선, 아직 AI 인프라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했다는 점이다. 아마존·MS·알파벳 모두 데이터 센터 용량 부족 때문에 클라우드 컴퓨팅 분야 수익이 더 크게 성장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에이미 후드 MS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클라우드 컴퓨팅 수요는 항상 가용 용량보다 높았다”며 추가적인 데이터 센터 구축의 필요성을 전했다.

두 번째로, 딥시크가 ’가성비 AI’ 경쟁의 물꼬를 트긴 했지만 가성비 모델이 나와도 이를 대규모로 서비스하고 안정적으로 유지·보수·배포 하려면 그에 걸맞은 인프라 투자는 필수다 . 저커버그 CEO는 “우리는 10억명 이상 사용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며 더 많은 인프라가 AI 추론을 실행하는데 사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장기적인 AI 리더십 확보를 통한 시장 장악 의도도 담겨 있다. 딥시크의 가성비 개발 전략의 핵심 중 하나로 추정되는 ‘증류’(distillation·AI 모델을 훈련하는 과정에서 다른 모델의 결과물을 사용하는 것) 등은 기술력이 뛰어난 선행 주자 없이는 시도하기 어려운 방식이다. 빅테크들은 초기 투자를 통해 AI 서비스 배포 비용이 합리적 수준으로 내려가고, 이용자들이 모든 분야에서 AI를 더 많이 사용하게 될 경우 오히려 이용자들의 총 지출 금액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충분한 투자가 선행돼야 나중에 돈도 더 많이 벌 수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는

빅테크라고 해마다 수백조원을 쓰는 ‘쩐의 전쟁’을 무한정 지속할 순 없는 법이다. MS와 알파벳 등 주요 회사는 실적 발표 이후 지출 우려로 인한 주가 하락을 겪기도 했다. 가시적인 투자 성과를 보여줘야만 하는 때가 머지 않은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막대한 투자 경쟁으로 기술을 창조해도, 앞선 제조업 시대처럼 결국 대중화 시대 이후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 업체가 수익을 가져가는 일이 AI 시대에 반복될 수 있다. 적절하게 투자 규모를 조절하는, 전략적 판단이 필요한 시기가 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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